2017년 11월 포항에서 발생해 1300여 명의 이재민을 낸 5.4 규모의 지진이 인재(人災)라는 정부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인근 포항 지열(地熱)발전소에서 땅속으로 하루 최대 900t의 물을 계속 주입하자, 수압을 견디지 못한 단층이 어긋나면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 지진은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1978년 이후 역대 두번째로 큰 강진(强震)이었다. 당시 대입 수학능력시험 전날에 지진이 발생하면서 수능이 일주일 연기됐고 논술시험 등 입학 전형 일정 전체가 조정되는 혼란을 겪었다.

1년 넘게 피난 생활 - 20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임시 구호소에 지진 이재민이 텐트 사이로 걸어가고 있다. 2017년 11월 포항에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30여 명의 이재민이 피난 생활을 하고 있다. 이날 국내외 학자들로 구성된 정부 조사연구단은 1년간의 연구 끝에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대한지질학회 중심으로 구성한 정부 조사연구단은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 지진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강근 연구단장(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은 "물 주입으로 작은 규모의 미소(微小) 지진들이 발생했고, 이는 큰 지진을 촉발했다"며 "포항 지진은 자연 지진이 아니다"라고 했다. 조사는 지난해 3월부터 진행됐다. 스위스 등 해외 지진 과학자들도 연구위원으로 참여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 이상 깊이에 구멍 두 개를 뚫어 한쪽에 물을 주입해 뜨거운 지열로 데우고, 다른 쪽 구멍으로 수증기를 빼내 발전기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포항 지진 직후 이진한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 등 과학계에서는 지진 발생지인 진앙(震央)이 지열발전소와 불과 600m 떨어졌다는 점에서 "지하로 주입한 물이 지진의 원인"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연구단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 후 지진이 자주 발생했다는 자료와 함께, 작은 지진들이 발생한 위치가 강진이 일어난 특정 단층면에 집중됐다는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이 자료들은 지열발전소가 직접 작성해 일부 정부에 보고까지 한 것이었다. 정부가 물 주입과 지진 발생 사이의 연관 관계를 알면서도 지열발전소 가동을 계속 용인했다고 볼 수 있어 향후 큰 논란을 부를 가능성이 크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민관 협력 프로젝트로 시작했고 정부 예산도 185억원이 투입됐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20일 "손해배상 소송을 통해 권익을 찾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포항시민 전체가 소송에 참여하면 손해 배상액이 5조원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