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은 19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전시회 GDC(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자사 첫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 게임 서비스인 '스타디아(Stadia)'를 선보였다. 구글의 순다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스타디아는 모든 종류의 기기에서 게임을 스트리밍(생중계)해 완전히 새로운 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라고 말했다.

스타디아는 구글의 클라우드에 수만, 수십만 종의 게임을 업로드하고, 사용자들은 PC·스마트폰·태블릿PC 등 기기 종류, 사양과 무관하게 어디서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인 유튜브와도 연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유튜브에서 게임 영상을 보다가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스타디아의 클라우드 게임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구글은 작년부터 인기 게임인 '어쌔신 크리드'를 클라우드로 시범 서비스해 왔다.

구글이 이처럼 게임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는 배경에는 다음 달부터 미국·한국에서 먼저 열리는 5G(5세대 이동통신) 시대가 있다. 5G는 기존 LTE(4세대 이동통신)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20배 이상 빠르다. 예전에는 불가능했던 클라우드에 기반한 고사양 게임 서비스는 물론이고, VR(가상현실) 월드컵 생중계와 같은 신규 서비스도 모두 가능해질 전망이다.

◇5G 시대, 게임의 판이 바뀐다

5G에 발맞춘 변화가 가장 생생하게 나타나는 분야는 게임이다. 구글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텐센트 등 주요 인터넷 기업이 모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올해 내놓을 전망이다. MS는 콘솔 게임기에 기반한 클라우드 서비스인 '엑스 클라우드'를 올해 상용화하고, 텐센트는 인텔과 손잡고 '텐센트 인스턴트 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 역시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활용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클라우드 게임과 기존 게임의 가장 큰 차이는 게임을 어디에 저장해 플레이하느냐다. 지금까지 게임은 스마트폰이나 PC, 콘솔 게임기에 다운로드하거나, CD·DVD에 담아 이용했다. 고품질의 그래픽을 담은 게임은 용량도 크고, 플레이할 때 필요한 데이터양도 엄청나 온라인 스트리밍(실시간 중계) 방식으로는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임을 구동하는 기기의 성능도 뛰어나야 했다. 지난해 최고의 인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는 온라인 게임이지만, 그래픽 사양이 높아 게임 전용 PC가 아니면 제대로 안 돌아갔다.

하지만 5G 통신망이 상용화되면 배틀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클라우드 서버(대형컴퓨터)에 저장해 작동시키면서 저사양 PC·스마트폰으로도 즐길 수 있다. 통신 속도가 빨라지면서 스트리밍 방식의 클라우드 게임에 가장 큰 장애물인 레이턴시(latency·지연 현상)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작하면 실시간으로 클라우드의 서버 PC에 해당 명령이 전달돼 캐릭터가 움직이고, 다시 이 영상을 스마트폰으로 받아보는 것이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클라우드 게임은 음원·동영상 서비스에 주로 쓰였던 '구독 모델'을 적용한다. 기존 다운로드·CD 구매 방식으로는 게임 하나당 요금을 받았지만, 클라우드 게임이 상용화되면 이용자들은 매월 일정 요금을 내고, 수만 가지의 게임을 할 수 있다. 마치 넷플릭스에 가입해 수만종의 콘텐츠를 마음껏 즐기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VR·AR 통한 스포츠 생중계도 상용화

5G를 통한 변화가 일어나는 분야는 게임뿐만이 아니다. 생동감이 핵심인 스포츠 중계 역시 VR로 바뀔 전망이다. 5G망을 이용하면 360도 입체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받아 생생한 경기장 분위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트루 뷰(True View)'라는 서비스를 통해 미국 프로농구(NBA)를 VR로 생중계해준다. 표 한 장당 수백달러가 넘는 NBA 경기장 맨 앞에서 경기를 보는 것 같은 생생함을 제공해준다. MS는 MR(Mixed Reality·혼합 현실) 기기인 홀로렌즈를 활용, 스포츠 경기 생중계를 보다가 화면 속의 선수를 터치하면 올 시즌 성적, 경기 출전 횟수, 경기 스타일 같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경기장 생중계 화면에 선수 정보를 입혀 보여주는 증강현실(AR)을 활용한 것이다.

여행 역시 VR·AR로 변화하고 있다. 일반 여행객이 쉽게 갈 수 없는 오지를 VR로 생생히 전해주는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KLM항공은 케냐의 유명 셰프이자 탐험가인 키란 제스와(Jethwa)와 손잡고 심해 VR 여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바크(kabaq)라는 스타트업은 뉴욕의 베어버거, 매그놀리아 케이크 같은 유명 레스토랑들과 손잡고 VR·AR로 음식 메뉴를 소개해 손님이 미리 메뉴를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