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기술 경쟁에서 구글의 웨이모(Waymo)가 애플과 우버 등 경쟁사를 앞서고 있다는 평가 결과가 나왔다. 운행 거리는 물론, 기술 성숙도 면에서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발표한 2018년도 자율 주행 차량 통계에 따르면, 웨이모는 총 111대의 자율 주행차로 총 127만1587마일(204만6420㎞)을 운행해, 캘리포니아주 내에서 자율 주행을 시험 중인 전체 48개 업체 중 가장 긴 거리를 운행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자회사 웨이모가 개발한 자율주행차의 모습.

웨이모는 자율 주행의 기술 수준을 드러내는 '자율 주행 해제(disengagement)' 빈도가 경쟁사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낮았다. 자율 주행 해제는 운전자가 출발지에서 자율 주행 모드를 켠 뒤 목적지까지 그대로 도착하면 한 번도 쓸 일이 없다. 오작동과 같은 문제로 자율 주행 모드를 수동으로 바꾸면, '자율 주행 해제'가 되는 것이다. 웨이모는 일년 동안 100대 이상을 운영하면서도 이 건수가 113건에 불과했다. 자율 주행 모드를 켜면 대부분의 경우 목적지까지 아무 문제 없이 간 것이다. 자율주행차 한 대당 평균적으로 자율 주행한 거리는 1만1154마일(1만7950㎞)이었다. 서울-부산(약 400㎞)을 약 4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2위는 미국 대표 자동차 기업인 GM의 크루즈였다. 162대의 자율 주행차로 44만7621마일(72만376㎞)을 달리면서 86회의 자율 주행 해제가 발생했다. 자율 주행이 지속된 평균 거리는 5205마일(8376㎞)이었다. 웨이모에 비해 자율 주행이 지속된 거리가 절반밖에 안 된 셈이다.

그러나 이는 타 기업들과 비교해 '매우 우수한 수준'이었다. 웨이모와 GM 크루즈 다음으로 많은 62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해 온 애플은 7만9745마일(12만8337㎞)을 달리면서 6만9510번의 자율 주행 해제가 발생했다. 자율 주행 지속 거리는 평균 1.1마일(1.8㎞)에 불과했다.

또 무인 택시 분야에 진출하겠다는 우버는 2만6899마일(4만3289㎞)을 운행하는 동안 자율 주행이 7만165회 해제되어 자율 주행으로 달린 평균 거리가 0.4마일(0.6㎞)에 그쳤다. 최하위권의 성적이었다. 국내 자율주행 업체인 팬텀AI는 자율 주행 지속 거리가 20.7마일(33.3㎞)로,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다.

웨이모의 기술력은 축적된 경험에 기반한다. 웨이모는 2009년 처음으로 자율주행차 연구에 뛰어들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지금까지 주행 시험 누적 거리가 1600만㎞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구를 400번 돌 수 있는 거리다. 웨이모는 작년 12월부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자율 주행 택시도 서비스 하고 있다. 자율 주행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빅데이터에 기반해 만들어진다. 따라서 시험 주행 거리가 길수록 더 정교한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그룹의 헤르베르트 디에스(Diess) 회장은 "현재 (자율주행) 업계의 리더는 웨이모"라며 "우리(폴크스바겐그룹)는 웨이모보다 1~2년 정도 뒤처져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웨이모는 본래 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 부문이었다가 2016년 독립했다.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구글은 검색과 지도 서비스 등을 통해 광범위한 교통 관련 데이터를 쌓았다"면서 "여기에 알파고(AlphaGO)로 갈고 닦은 정교한 상황 판단 알고리즘까지 더해지면서 웨이모의 자율 운전 AI는 업계 최고 수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