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지질학회를 중심으로 구성된 정부 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규모 5.4)이 인근 지열발전소에 의해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를 20일 발표했다.

포항 인근 지역에서 지열발전소 건립을 위해 땅 속에 2개의 구멍을 뚫으면서 단층 균열과 진흙 유출이 이뤄졌고, 단층의 압력이 높아져 규모 5.4의 포항 지진 본진으로 확산됐다는 결론이다.

포항 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이 2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포항지진과 지열발전 연관성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포항 지하에는 외부 압력이 높고 내부에서 저항하는 힘이 강한 단층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반에 지열발전소를 짓기 위해 구멍을 뚫고 물을 주입하면서 단층이 가진 응력의 임계치를 넘어서 지진이 일어났다는 분석이다.

조사단은 지난해 3월부터 해외조사위원회와 국내조사위원회로 나눠 독립 분석을 실시했으며 양쪽 다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 본진에 영향을 줬다는 데 입을 모았다. 양 조사단은 2009년 1월 1일 이후부터 포항지진 본진 발생까지 지진 관측자료를 분석하고 포항 진원에서 600미터에 위치한 지열발전소의 단층면과 공극압, 지하수 변화를 확인했다.

해외 조사위원회에 참여한 쉐민 게(Shemin Ge) 미국 콜로라도 대학 교수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가 지열 발전으로 인해 활성화 됐다"면서 "2019년 지열 발전소 굴착 과정에서 소규모 지진 발생이 일치하는 등 관련성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열발전은 지하 4000미터(m) 이상 깊이에 구멍 2개를 뚫어 한쪽에 물을 주입하고 다른 쪽으로 배출된 수중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포항 지열발전소 역시 이와 같은 방식이다. 포항의 경우 굴착과 물 주입 등 일련의 과정이 외부 저항력이 강한 단층대를 자극했다.

조사단 총괄책임자인 이강근 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 회장)는 "굴착시 발생한 진흙 누출과 주입한 물에 의해 확산된 공극압이 포항 지진 단층면 사에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과적으로 그 영향이 본진의 진원 위치에 도달되고 누적돼 거의 임계응력상태에 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고 밝혔다.

문제는 앞으로 포항 지열발전소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느냐다. 포항 지열발전소는 2010년 이명박 정부시절 신재생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산물로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특히 포항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공극이 생긴 단층면 부분을 그냥 두어도 안전한 지, 지열 발전에 필요한 구멍(지열정)을 메워야 하는 지 등 사후 관리와 추가 지진 발생 등 우려가 적지 않다.

이강근 교수는 "지열발전소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로 당장 추가 지진 발생 우려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단층대 모니터링을 해야한다"며 "저희는 최선을 다해 분석했고 과학적으로 검증 받는 입장이지만 결과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