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명가’ ㈜학산 테라로사(TERAROSA·포르투갈어로 ‘붉은 땅’이란 뜻)가 국내 최대 임팩트 벤처 사모펀드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20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셜티 커피 전문업체 테라로사는 최근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제1호 창업벤처전문 사모투자합자회사(이하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벤처 펀드)’로부터 첫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 6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시작한 지 9개월여 만에 얻은 결실이다. 투자 규모는 3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테라로사 원두 제품.

◇ 사회 혁신 벤처에 투자하는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벤처 펀드’

임팩트 벤처 투자란 일자리 창출, 환경 개선 등 긍정적 사회 효과를 창출하는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걸 말한다. 투자 수익과 함께 투자로 인한 영향(impact)까지 고민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재웅 다음 창업자가 투자한 차량 공유 업체 ‘쏘카’가 대표적인 임팩트 벤처로 꼽힌다.

크레비스-라임 임팩트 벤처 펀드는 크레비스파트너스와 라임자산운용이 작년 7월 200억원 규모로 결성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임팩트 벤처 투자회사(크레비스파트너스)와 최근 수탁액 4조3000억원을 돌파한 전문 사모펀드 운용사(라임자산운용)가 손을 잡고 만든 펀드다.

펀드의 목표는 도시·공동체, 환경·에너지, 교육·복지, 고용·취업 문제와 관련된 사회 혁신 벤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크레비스파트너스와 라임자산운용은 테라로사에 앞서 휠체어 전동키트 개발 스타트업인 토도웍스, 고령층 방문요양 서비스 스타트업 아리아케어코리아 등에도 투자했다.

◇ 농가 소득 지원·성장성 인정받은 듯

테라로사는 2008년부터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케냐 등에 있는 커피 생산 농가와 직접 계약해 농가를 지속해서 지원해왔다. 양질의 생두를 국제 거래 가격의 최대 10배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농가 소득을 올려준 것이다. 총 15개국에서 구입하는 스페셜티 커피 생두 규모만 연간 600톤에 이른다.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

강릉에서 시작해 전국 14개 매장으로 회사를 키운 김용덕 테라로사 대표의 능력에 베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등 커피 품질에 대한 소비자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투자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2018년 매출액 333억원, 영업이익 71억원으로 실적도 양호하다. 테라로사의 점포당 매출은 스타벅스 점포의 2배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좋은 품질의 생두를 쓰면서도 이익률 20%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출 비중도 매장(60%)과 원두·기획상품 판매(40%)로 고르게 분포돼 있다.

벤처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력으로 성장해온 테라로사가 처음으로 외부투자를 받았다"며 "제품 공급 확대, 글로벌 시장 진출 등 장기 성장 전략을 함께 모색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