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개인 투자자들이 4900억원 가까운 회사채를 순매수하면서 회사채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면서 투자 가능한 물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또 회사채 투자는 은행 예·적금에 비해 기대 수익률이 1~5%포인트 더 높고, 주식 투자보다는 안정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원금까지 잃을 위험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올 들어 회사채 4900억원 투자한 개미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1~2월 회사채 순발행액이 약 7조6414 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5조7489억원보다 33% 늘었다. 최근 회사채 금리가 떨어지자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는 대신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만기 회사채(AA-기준) 금리는 지난해 10월 연 2.45%를 기록한 후 넉 달 연속 하락해 지난달 연 2.18%까지 떨어졌다.

반면 시중은행의 대기업 대출금리(신규 대출 기준)는 지난해 9월(연 3.21%) 이후 꾸준히 올라 올해 1월엔 연 3.58%를 기록했다.

기관투자자들의 위험 선호 심리도 살아나고 있어 이처럼 쏟아지는 회사채 물량이 시장에서 잘 소화되고 있다. 이혁재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회사채 수요가 발행 물량을 넘어설 정도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당분간 우량 등급 기업의 채권 발행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에 기관투자자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도 회사채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연초 이후 개인의 회사채 순매수 규모는 4884억원에 달한다. 회사채는 정부나 공공 기관이 발행하는 국·공채와 비교하면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이자율(금리)이 높다는 점이 매력이다. 키움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등은 개인 투자자들이 온라인으로 회사채를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있어 증권 계좌가 있으면 쉽게 회사채에 투자할 수 있다.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1000원 단위 소액으로 채권 거래를 할 수 있게 되면서 투자 장벽도 낮아졌다. 증권사 지점에 직접 찾아가지 않더라도 증권사 모바일 앱을 통해 손쉽게 거래할 수 있다.

◇투자 전 부도 위험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회사채 중에는 보통 만기까지 정해진 이자를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이표채가 많다. 3개월마다 한 번씩 이자를 받는 게 가장 일반적이다. 예컨대 쿠폰 금리가 연 4%인 채권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3개월에 한 번씩 세전 10만원씩 1년간 총 40만원의 이자를 받게 된다. 분기별로 현금 흐름이 생긴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는 가장 큰 장점이다.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면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과 상관없이 원금과 이자를 모두 챙길 수 있고, 시장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르면 만기 전에 팔아 매매 차익을 얻을 수도 있다. 하루에도 수십 퍼센트씩 오르내릴 수 있는 주식에 비하면 채권의 안정성은 높다.

하지만 회사채에 투자할 때는 유의할 점도 많다. 우선 투자처와 만기 상환 시기, 신용등급 같은 기본 투자 조건은 확실히 숙지해야 한다.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목돈을 쓸 일이 있다면 신중히 투자하는 것이 좋다. 너무 높은 금리를 주는 채권은 다른 사람들이 잘 안 사려고 한다는 뜻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 부도날 경우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동양증권이 부실 계열사의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금융 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하는 것)했다가 투자자들에게 큰 손해를 끼치기도 했다. 당시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의 회사채를 안정적인 채권인 것처럼 판매했으나 이후 해당 회사들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채권 가격이 반 토막 났다. 따라서 만기까지 회사가 재무적으로 튼튼하다는 확신이 있을 때만 회사채에 투자해야 한다.

혼자서 개별 채권의 위험도를 파악하기 어렵다면 기관투자자들의 채권 포트폴리오를 살펴보거나 회사채 비중이 높은 채권형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