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웨이가 자체 모바일 운영체제(OS)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구글의 모바일 OS 안드로이드의 중국 수출이 금지될 최악의 경우를 대비한 조치다.

하지만 모바일 OS 시장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안드로이드를 뛰어넘는 건 무리라는 게 스마트폰제조업계 중론이다. 또 믿고 있던 중국 내수 시장이 작아지고 거짓 광고 논란까지 일면서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우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리처드 위 화웨이 CEO "자체 모바일 OS 개발 중"

지난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 참석한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책임자.

리처드 위 화웨이 컨슈머비즈니스그룹 최고경영책임자(CEO)는 3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자체 모바일 OS 개발을 인정했다. 2012년부터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 지시로 극비리에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무부가 2012년 당시 이란 제재 조치 위반 등으로 화웨이 등에 미국 업체의 수출 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이같은 계획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수출 금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리처드 위 회장은 "자체 모바일 OS 개발은 만약을 대비한 수단이다. 안드로이드와 윈도가 언제나 우리 첫번째 선택"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악의 경우가 생기지 않는 이상 안드로이드와 윈도를 꾸준히 쓸 것이라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 모바일 OS 시장 만만치 않아…‘안드로이드 천하’

안드로이드 로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의 모바일 OS 점유율 자료를 보면 2019년 2월 기준 안드로이드의 점유율은 74.15%로 독점에 준한다. 그 뒤를 iOS(23.28%), 윈도(0.29%), 타이젠(0.29%)이 쫓는다.

이 중 윈도 지원은 올해 12월 종료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자체 OS 타이젠이 탑재된 스마트폰의 경우 2017년 5월 인도 시장에 출시된 ‘삼성 Z4’가 마지막이다. 사실상 모바일용 타이젠 개발은 손을 놓은 상태다. 자체 모바일 OS 개발의 미래가 밝지 않은 이유다.

화웨이가 믿고 있던 중국 내수 시장도 작아지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산하 중국통신원의 자료를 보면 2018년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약 3억9000만대를 기록했다. 2018년 전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약 14억3000만대) 4분의 1을 차지했지만 2017년보다 15.5% 감소한 수치다.

중국 내수 시장만 믿기에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자체도 쪼그라들고 있다. 자체 모바일 OS를 개발해도 점유율을 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 업계 "글로벌 시장 공략 위해선 브랜드 이미지 회복 우선시돼야"

화웨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P30 프로’ 광고에 실린 이미지(왼쪽)와 이미지 공유 사이트 ‘게티이미지 뱅크’에 올라온 사진.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을 입었다. 3월 말 공개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P30 프로’의 카메라로 찍었다는 고화질 광고 사진이 이미지 공유 사이트 ‘게티이미지 뱅크’에 업로드됐던 사진인 것이 12일 알려졌다. 지난해 8월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노바3’로 찍었다는 광고 사진도 DSLR로 찍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P10’에 광고 사양과 다른 저가 성능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해당 사실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 스마트폰 판매량 1위를 유지하던 화웨이가 2017년 3분기 판매량에서는 일시적으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에게 따라잡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내수 시장을 믿고 글로벌식 사업이 아닌 일명 ‘꽌시(인맥)’가 중요시되는 중국식 사업 스타일을 밀고 나면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스마트폰 성능 상향평준화로 차별성이 어려워진 만큼, 브랜드 이미지 회복을 우선적으로 해야 글로벌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에 정통한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꽌시가 가장 중요한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라며 "중국 내수 시장만 믿고 중국식 사업 스타일을 유지하다가는 갑자기 망할 수도 있는 게 이 업계다. 또 최근 들어 중국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내수 시장 판매량이 줄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전략을 꾀해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