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재건축 사업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당장 1년 뒤면 정비사업 일몰제가 시행돼,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지역은 정비구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 구성 단계에 놓은 현장인 경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이 단지 안에 내건 일정 안내 현수막.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 8구역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최근 아파트 재건축 사업 홍보업무 경험이 있는 홍보요원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전농8구역 추진위는 지난 2005년 9월 구성됐지만, 아직 조합 설립 단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추진위에 따르면 18일 기준 동의율이 50% 정도로, 인가 요건인 75%를 밑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2지구 역시 올해 여름까지 동의율을 채우기 위해 발걸음이 바쁜 상황이다. 10년 가까이 조합을 설립하지 못했던 3지구도 지난 달 말에야 간신히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서울시가 사업 진행이 더딘 정비예정구역 27곳을 지난 2015년 처음으로 직권해제한 이후 ‘뉴타운·재개발 출구전략’을 펴는 만큼, 오는 2020년 일몰을 맞는 재정비구역 중 아직 조합을 구성하지 못한 주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해야 하는 상황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20조와 부칙에 따르면, 2012년 1월 31일 이전에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추진위원회 승인을 받은 경우 오는 2020년 3월 2일까지 조합설립인가를 신청하지 않으면 지자체가 정비구역에서 해제할 수 있다. 지난 2015년 법을 개정하면서 일몰제 적용 대상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추진위 승인이나 조합설립인가 등 사업 단계 하나를 마무리하면, 2~3년 안에 다음 절차로 넘어가야 재정비구역에서 해제되는 불상사를 피할 수 있다. 실제로 증산4재정비촉진구역이 재정비구역에서 탈락할 위기에 놓였다. 은평구청은 이와 관련해 지난 달 공람 공고를 내고, 의견 수렴이 끝나는대로 서울시에 재정비구역 해제를 요청할 예정이다.

◇재건축 산 넘어 산…소송 앞둔 반포주공1단지

조합 설립 단계를 넘어서도 갈 길이 멀긴 마찬가지다. 현재 시공자를 선정하거나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이주를 앞둔 재건축 사업지 곳곳에서 잡음이 일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한숨 돌린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법적 싸움을 앞뒀다. 재건축 예정 지역의 땅 일부가 여전히 LH 소유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반포주공1단지는 LH의 전신인 대한주택공사가 1976년 1월 준공해 분양한 아파트다. 당시 관리사무소나 노인정 같은 단지 공용시설의 소유권을 입주민 개개인 앞으로 나눠주지 않고 주공 소유로 등기한 채 남겨뒀던 게 화근이 됐다.

LH 관계자는 "입주민 앞으로 일일이 개별등기를 할 경우 비용이 많이 드는 등 절차가 복잡해, 등기 이전 문제를 두고 입주자 대표위원회와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률 자문 결과 (땅의) 소유권을 두고 (법적으로) 다퉈볼 실익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 만큼, (땅 소유권을 두고) 소송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2·4주구 재건축 사업비는 약 2조6000억원 정도다. 사업지에 낀 LH 소유 토지 2만1418㎡를 시세로 환산하면 9500억원에 달한다. 패소할 경우 1·2·4주구 조합은 LH로부터 땅을 사들여야 한다.

한 정비업체 관계자는 "법정 싸움으로 간 다른 재건축 사례들을 보면, 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3년 정도가 걸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강남구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 조합의 경우 조합의 적법성을 두고 상가 소유주들과 벌인 소송전은 대법원까지 가며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려서야 다툼이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