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과세·감면 급증에 국가재정법 감면 한도 넘어
최저임금 대책 일환, EITC 3.6조 증액이 주원인
작년 감면 한도 위반 소지 거론 안해…3월에나 공개

올해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비과세·감면 등으로 깎아주는 세금이 작년보다 5조6000억원가량 늘면서 총 47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 세수 증가 규모는 1조2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돼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국세감면율(국세수입총액과 국세감면액을 더한 금액에서 국세감면액이 차지하는 비율) 한도가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권고치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비과세·감면 등이 늘면서 재정 기반이 흔들리는 모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비과세·감면 급증을 기획재정부가 사전에 예상했다는 것이다. 임금이 일정 수준 이하인 근로자 가구의 소득 보조를 위해 지급되는 일종의 ‘마이너스 근로소득세’인 근로장려금(EITC)이 올해 3조6000억원(2019년 전체 4조9000억원) 증액됐기 때문이다. 근로장려금 증액만 없었다면, 국세 감면 한도 초과도 없었을 거란 의미다.

◇저소득층 보조금 증액에 재정 규율 무너져

정부는 19일 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조세특례제도 운영 계획 및 감면액 전망치를 골자로 한 ‘2019년도 조세지출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정부는 올해 법인세, 소득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 부과액이 342조2000억원인데, 이 가운데 47조4000억원을 비과세·감면 등으로 걷지 않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세수입총액은 294조8000억원으로 전년(293조6000억원) 대비 1조2000억원 늘어난다.

국가재정법은 무분별한 조세 특례 제도 도입을 방지하기 위해 국세감면율 증가폭을 제한하고 있다. 당해 연도 감면율이 직전 3개년 평균 국세감면율의 0.5%p 이상을 넘지 못하도록 한 방식이다. 2019년의 경우 법이 정한 국세감면한도는 13.5%로 올해 국세감면율은 이를 0.4%p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세감면율이 국세감면한도를 넘어선 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 있었다.

국세감면율이 대폭 늘어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소득불평등 완화 대책으로 근로장려금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확정된 예산안에서 올해 근로장려금 지급 규모는 4조9000억원으로 2018년(1조2000억원) 대비 3조6000억원 늘게 됐다. 비과세·감면(조세지출) 항목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커졌다. 7월 확대안 발표 당시 3조8000억원 규모였다가, 연 2회로 지급방식 및 지급시기가 바뀌면서 6개월치를 더 주게 되면서 1조원 증액됐다.

이재면 기획재정부 조세특례제도과장은 "2008년의 경우 금융위기 상황이라 종합적인 재정관리 대책들이 나오면서 감면한도를 초과했고, 2009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고유가로 유가환급금에 따른 조세지출이 늘면서 초과했다"면서 "올해는 근로·자녀장려금 등 저소득층 지원이 늘고 지방소비세 확대 등 재정분권이 강화되면서 국세감면율이 국세감면한도를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근로장려금은 저소득층의 근로 의욕을 꺾거나, 기업·소상공인의 근로자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장점 때문에 일찍부터 ‘확대하면 좋은 정책’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그 도입 과정에서 세수 감소 폭이 커져 국가재정법 위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저소득층 소득 보전을 위한 준(準)재정지출을 크게 늘린다는 명분을 앞세워 재정규율을 스스로 무너뜨린 것이다.

◇알고 보면 ‘일자리안정자금’ 땜빵 대책

올해 근로장려금이 대폭 늘어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최저임금이다. 2018년 16.4%에 이어 올해 10.9%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소상공인들에게 지급하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동결한 대신, 근로장려금을 증액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8월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2019년 이후 일자리 안정자금에 대해 2018년 규모(2조9700억원) 이하로 유지하도록 했다. 정부는 이에 대응해 노동시간이 줄어 소득이 감소하는 저소득층을 위해 근로장려금을 인상키로 했다. 당시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현 기재부 제2차관)은 "근로장려금 지원을 확대하고 사업자에게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등의 추가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재부는 2018년 7월 예산안 제출 당시만 해도 국세감면율이 이정도로 높아질 줄 예상치 못했다는 입장이다. "지방소비세를 부가가치세의 11%에서 15%로 확대하고 저소득층 ·중소기업 감면 혜택이 늘어나면서 감면율 한도는 낮아지고, 감면율은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9월 발표한 ‘2019년 조세지출예산서’에서부터 국세감면율이 13.7%로 국가재정법 한도 13.8%보다 0.1%포인트(p) 낮은 수준이었다. 기재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조금만 세수가 줄거나 감면이 늘어도 국세감면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세 감면율 급등 문제를 일치감치 지적했다. 2018년 11월 공개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2019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국회 예정처는 올해 국세 수입총액은 299조3000억원, 국세감면액은 47조4000억원으로 국세감면율이 13.7%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에 공개된 국세감면율(13.9%)보다 0.2%p 낮지만, 국세감면한도는 초과하는 수준이다.

국회는 당시 보고서에서 "세법 개정안에 따른 2019년 세입예산안 세수효과가 -3조43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6조5800억원 규모의 조세감면 중 99.7%(6조6000억원)의 적용 기한을 연장하는 등 정부의 조세특례 관리 노력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