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많은 금융사, 종합검사 가능성 커져
"금융사 잘못 없는 민원은 빼달라" 건의

금융권이 금융감독원의 ‘종합검사 대상 선정 관련 평가지표’ 가운데 민원 관련 항목을 완화해달라는 의견을 당국에 전달했다. 평가 기준이 과하고, 평가 방식도 모호하다는 이유에서다. 금감원은 금융권의 의견을 취합해 수용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1일부터 금융업권 협회 별로 ‘종합검사 대상 선정 관련 평가지표안’에 대한 의견을 전달받아 검토하고 있다. 금감원은 수용 가능한 의견을 선별해 종합검사 평가 방식에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사들은 평가지표 중 민원 분야에 가장 많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지표 중 ‘소비자 보호’ 항목에는 전 금융권 공통으로 ▲민원건수(계약 1만건당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건수) ▲민원증감율(직전 3년간 평균 민원건수 대비 증감율) ▲미스터리 쇼핑 결과 등이 포함됐다. 금감원이 ‘소비자 보호에 미흡한 금융사를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피력했기 때문에 금융사들이 가장 관심있게 본 항목이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금융사들은 민원 성격의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금융사의 귀책 사유가 있는 민원과 단순 민원을 구분해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은행 시스템 점검 시간에 은행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는 민원이나, 자동차보험의 사고 과실 비율에 대한 민원 등은 금융사에 귀책 사유가 없으니 종합검사 평가에서 제외해달라는 것이다.

중복 민원에 대한 의견도 있었다. 한 민원인이 같은 민원을 여러 차례 제기하는 경우 1건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한 고객이 똑같은 민원을 중복으로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민원 1건이 아니라 여러 건으로 통계가 잡히기도 한다"며 "이런 중복 민원에 대해선 금감원이 정확한 통계를 갖고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금융사들은 ‘계약 1만건당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건수’ 항목도 다소 지나치다는 우려도 전달했다.‘계약 1만건’이라는 기준이 너무 작다는 의견이다. 결국 계약 건수가 많은 업계 1위 업체가 종합검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보험업계의 경우 다른 금융업권보다 민원이 많아 이런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금감원이 처리한 보험권 민원은 2만2353건, 은행권 4492건, 카드·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8864건 등이다.

업계는 미스터리쇼핑에 대한 문제도 전달했다. 금감원 인력으로 실시할 수 있는 미스터리쇼핑은 한계가 있어 평가 기준으로서 변별력이 없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소비자 피해 발생 소지가 높은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미스터리쇼핑을 실시한다. 따라서 미스터리쇼핑을 평가 항목에 넣으면 특정 금융업권의 표적 검사가 이뤄질 수도 있다는 의견을 금감원에 전달했다.

보험업권에 적용되는 불완전판매 평가 항목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왔다. 금감원은 신계약 건수 당 불완전판매건수(품질보증해지건수·민원해지건수·무효건수를 합한 수치)를 보험 평가항목에 포함했다. 보험업계는 보험대리점(GA)에서 발생한 불완전판매까지 종합검사 평가 기준에 포함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GA가 불완전판매 행위를 하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을 보험사가 지도록 돼 있다. 금감원에 접수된 민원 역시 보험사 책임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GA 불완전판매 근절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고 책임도 분명 있지만, 종합검사 평가에 포함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GA에서 발생한 불완전 판매를 온전히 보험사의 잘못이라고 볼 순 없다"고 했다.

금감원의 의견 취합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는 금융사들도 있다. 한 금융사 임원은 "평가 지표를 전달받아 검토를 했는데, 항목당 배점이 없어 어떤 의견을 전달할지 난감했다"고 했다. 또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종합검사 선정이 확실시되는 금융사들은 굳이 많은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