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관투자가 수요예측 참여저조
희망공모가 못미쳐...결국 상장 철회
MBK파트너스 투자금 회수 불투명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2013년 인수한 국내 2위 할인점 ‘홈플러스’의 출구전략(EXIT) 계획이 틀어졌다.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점포)을 유동화해 상장하려던 계획이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중단됐기 때문이다. 7조3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주주들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임일순 홈플러스 대표는 다음주 해외 기업설명회(IR)에 나설 계획이었다. 홈플러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투자자 모집을 위해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상장계획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

홈플러스 리츠는 전국에 있는 51개 홈플러스 매장을 기초 자산으로 해서 여기서 나오는 임대 수익 등을 투자자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준다. 이번 리츠 상장은 대주주인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출구전략(엑시트)의 핵심이다. 약 2조원에 달하는 리츠 흥행에 실패하면서 MBK파트너스의 투자금 회수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홈플러스 리츠의 공모 물량은 총 3억4547만8280주로 이중 80%를 국내외 기관투자가 몫이었다.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은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총 2주간 진행됐다. 그러나 조달계획의 51% 수준인 약 7억 달러(약8000억원)가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30%가 부족했을 뿐더러 가격도 공모희망가(4530원~5000원)보다 낮았다.

이는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청약이 예상외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대표 주관사인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골드만삭스를 비롯해 외국계 증권사들이 책임진 물량이 84%였다.

예비 상장 기업들은 주관사와 총액인수 계약(주관사가 주식이나 채권을 자기 명의로 전액 사들이는 것)을 맺는다. 수요예측에 실패하면 주관사들이 물량 전체를 떠맡는 식이다. 그러나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관사들도 해당 물량을 공모가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총액인수 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해당 금액이 너무 낮다고 판단해 공모 철회를 결정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공모가가 비싼데다 상장 후 주가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한 기관투자가는 "7%라는 배당수익률이 지속되려면 업황이 긍정적이어야 하는데, 대형마트 업황이 좋지 않은데다가 공모가도 비싸 기관투자자 상당수가 수요예측 장소에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리츠는 기관투자가 입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 배당금을 받기 위해 장기간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츠 투자자들은 3개월~1년 단위로 배당금을 받는다. 통상 공모주에 투자하는 기관투자가들은 상장 첫날부터 일주일이라는 단기간에 배정받은 물량을 모두 팔아치워 수익을 실현한다. 이를 위해선 거래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리츠는 거래 자체가 많지 않아 엑시트가 불가능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컸다.

당초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인수에 무려 7조3000억원을 투입했지만 실적 악화로 투자 회수가 어려워지자, 자산유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홈플러스리츠 상장을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홈플러스 노조와도 갈등이 악화됐다. 노조 측은 리츠 분배금을 높이기 위해 임대료를 높이는데 주력하게 되면 홈플러스의 영업리스크가 가중되고 이후 분할 매각되거나 일부 폐업될 경우 고용 및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리츠 상장에 반대해 왔다.

홈플러스 리츠의 흥행 실패로 롯데그룹, 이지스자산운용 등이 준비중이던 후속 리츠 상장도 어렵게 됐다. 한국시장에서 아직 상장 리츠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고, 리테일 특화 리츠는 업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한국 대형 유통매장 업황 악화에 대한 우려와 1조7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공모규모에 대한 부담 등으로 관심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점포를 나눠서 상장에 재도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