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투자신탁(리츠·REITs)을 새로운 투자 대안으로 밀면서, 금융상품을 활용한 선진국형 간접 투자법이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질 것이란 전망에 부동산펀드도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리츠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부동산이나 부동산 관련 지분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자산운용사가 투자 자금으로 국내외 상가나 오피스 건물을 매입·매각하거나 임대해주고, 그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한다. 개인이 사고팔기 어려운 고가의 건물이나 해외 부동산을 직접 사고팔지 않더라도, 부동산에 투자한 효과를 보는 셈이다. 매수자를 구해야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는 부동산 직접 투자와 달리 증권시장에서 거래되는 리츠는 환금성도 좋은 편이다. 일반 주식처럼 원하는 때 사고팔면 된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리츠는 6개에 불과하다. 2011~2012년 에이리츠, 트러스제7호, 케이탑리츠가 상장했고 2016년 모두투어리츠, 2018년 이리츠코크렙과 신한알파리츠 등이 시간차를 두고 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중 신한알파리츠(2724억원)와 이리츠코크렙(3040억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11일 기준 시가총액이 200억~400억원 수준에 그친다.

그동안 투자자들의 관심 밖이었던 리츠는 최근 상장을 앞둔 대어(大魚) 홈플러스 덕에 이목을 끌었다. 국내 공모 리츠로는 사상 최대인 1조5000억원 규모로 이달 말 상장을 추진했다가 막판에 무산됐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에 먼저 투자 의향을 타진했지만 반응이 시원치 않았다는 후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리츠에 관심 있는 투자자들은 꽤 있었지만, 기초자산인 홈플러스의 실적 전망과 대형마트 업황, 대형마트 매장의 부동산 가치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홈플러스 리츠는 전국 51개 홈플러스 매장을 투자자산으로 삼아 매장 임대료를 투자수익으로 돌려주는 형태인데, 유통업 전체의 성장 속도가 떨어진 가운데 대형마트는 의무휴업과 카드수수료율 인상 등 실적을 압박하는 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리츠나 부동산펀드 등 대안 투자처가 주목받는 이유는 부동산 직접투자의 기대 수익이 감소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부동산114 자료에 따르면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의 경우 2018년 전국 평균 임대수익률은 4.98%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여기에다 연간 최대 규모인 8만8000실이 올해 입주를 앞둔 만큼 당분간 오피스텔 투자 수익률이 5% 선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도 리츠 투자 활성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파트에 집중된 부동산 투자 방향이 리츠나 부동산펀드 등으로 다변화되면 장기적으로 집값이 안정되고 개인의 자산 포트폴리오도 다각화돼 노후 준비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기업들도 리츠를 활용해 부동산을 현금화하고, 이를 재무구조 개선이나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수 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을 공모·상장 리츠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해 올해 안에 투자를 시작하겠다고 최근 밝혔고, 리츠 상장 규제도 대폭 완화하겠다고 예고했다.

부동산펀드 역시 새롭게 떠오르는 투자처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국내 펀드 수탁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497조원에 달하지만, 이중 부동산펀드는 60조원 정도다. 아직까지 연기금 등 기관 자금의 비중이 큰 편이지만, 최근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지난 달 한국투자증권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펀드는 3일만에 완판됐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오피스 건물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얻는 상품인데, 국내 판매물량인 약 550억원을 금새 채웠다. KB자산운용이 서울 중구 사옥에 투자하기 위해 출시한 펀드도 하루 만에 목표금액 750억원을 달성했다.

설정액 상위 10위 해외 부동산펀드의 운용자산 규모와 최근 1년 수익률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이전에는 부동산펀드는 고액 자산가나 기관투자자들이나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주식이나 채권 가격 등락폭이 커지면서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대안 투자로 부동산펀드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리츠의 경우 배당수익률이 높고, 부동산을 직접 소유할 때 발생하는 부담과 비용을 줄이면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