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공화국]⑦

"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이 세계적인 에너지종합기업으로 발돋움할 때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지난해 4월 5일 취임식에서 신재생에너지, 원전(원자력발전소) 수출, 원전 해체 역량 확보 등 새로운 사업기회를 창출하자고 했다.

그러나 정 사장의 취임 첫해 성적은 ‘5년 만의 적자’였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져 1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낸 것이다. 원전 부품 비리로 일부 원전 가동을 세웠던 2013년 이후 첫 당기순손실이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실적에 대해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된데다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 6기 사업이 표류, 영업외비용 등이 742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따른 손상처리금액만 5652억원이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정재훈 사장을 포함한 한수원 이사회가 주도했다.

원자력업계 관계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는 (월성 1호기가 제외된 8차 전력계획을) 과도하게 해석한 정재훈 사장이 주도했다고 해도 무관하다. 공기업 사장으로서 책임을 회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원전 가동 저조하자 전력판매 수익 감소

14일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1020억원(연결 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2017년보다 9600억원 이상이 줄었으며, 탈원전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6년보다는 2조5000억원 이상이 감소했다.

지난해 한수원이 매출과 금융수입으로 벌어들인 돈은 9조1729억원이지만, 비용은 9조2749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채는 2017년보다 1조2075억원 늘어난 30조6530억원이다.

한수원의 실적 부진은 원전 이용률 하락과 원전 조기 폐쇄를 이끈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직격탄이었다.

한수원에 따르면 2014~2017년 80% 안팎으로 유지된 원전 이용률은 지난해 65.9%까지 추락했다. 원전 비리가 불거진 2013년(75.5%)보다도 낮다.

한수원은 원전을 가동해 생산한 전기를 모기업인 한전에 팔아 수익을 낸다. 원전 이용률이 낮아지면서 지난해 한수원의 전력 판매금액은 8888억원이 감소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안전성 강화로 이용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한수원 제공

◇ 우량 공기업이 정부 정책으로 부실기업 ‘수모’

한수원의 당기순이익은 2014년 1조4405억원, 2015년 2조4571억원, 2016년 2조4721억원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8618억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적자라는 수렁에 빠졌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는 "한수원의 적자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원전 이용률 하락이 원인인데 이는 100% 지분을 가진 한전의 실적에 영향을 미친다"며 "(상장기업인) 한전 주주는 탈원전 정책의 손해가 실현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대훈 의원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한전, 한수원을 포함한 발전 5사의 경영을 위태롭게 하고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다음달 2일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 등을 포함한 상세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