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자율주행 기능이 최근 출시되는 차량의 필수 옵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자율주행은 설정된 속도에 맞춰 주행하면서 차간 거리를 두고 차선 이탈을 막거나 장애물이 나타났을 때 스스로 멈추는 기능이다. 길이 막히거나 장거리 운전을 할 때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자의 피로를 덜어준다. 하지만 반자율주행 기능을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반자율주행으로 불리는 레벨 2 수준의 부분적 자율주행은 급한 코너나 차선 변경 등의 상황에서 운전자가 직접 운전을 통제하고 제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야간이나 악천후에 작동이 안 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레벨 2’ 수준 반자율주행…"운전 보조 정도로만 생각해야"
미국 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0부터 5까지 6단계로 분류할 수 있다. 레벨 5는 운전자의 개입이 필요 없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의미한다.
‘레벨 3’은 어느 정도 조건을 충족한 도로에서 운전의 주체는 자동차가 되고 운전자는 필요한 상황에서만 운전에 개입하게 된다. 레벨 3이 적용된 차량은 고속도로와 같은 특정 조건에서는 자율주행에 가까운 주행이 가능해진다.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구현이 가능한 차량은 캐딜락 CT6, 아우디 A8 등이지만 아직 국내에 판매되고 있지 않다.
현재 완성차 업체들이 탑재한 자율주행 기술은 ‘레벨 2’ 수준이다. 레벨 2는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차선유지 지원 시스템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주행 시 차량과 차선을 인식하고 앞차와의 간격 유지, 자동 조향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급격한 코너나 끼어드는 차에 대한 대처 능력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완성차 업체별로 보면 명칭은 다르지만 레벨 2 수준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기본사양이나 선택사양으로 탑재하고 있다.
반자율주행에서 앞서고 있다는 볼보는 국내 판매 XC40 전 트림에 ‘파일럿 어시스트 II’ 반자율주행 기능을 기본사양으로 넣었다. 파일럿 어시스트 II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유지 보조, 도로 이탈 방지 및 보호, 시티 세이프티(긴급제동) 시스템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말 출시한 제네시스 G90에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을 탑재했다. 개선된 ADAS 기능은 도심 주행에서 1분~1분30초 가량 운전자의 별도 조작과 제어 없이 차량 스스로 주행할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 활성화되는 HDA(고속도로주행보조) 기능을 켜면 2분30초 가량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반자율주행 보조 시스템과 안전 시스템을 결합한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를 BMW도 반자율주행 패키지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플러스’를 선보였다.
◇반자율주행 믿고 운전하다 잇단 사고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 보조 도구다. 사고가 나면 현행법상으로 모든 책임은 운전자에게 돌아간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의 자율주행 보조시스템인 ‘오토파일럿’을 장착한 차량이 지난해 수차례 추돌사고를 낸 데 이서 최근에는 운전자까지 사망하는 사고를 일으켜 미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오토파일럿은 운전자가 항상 운전대 앞에 앉아있어야 하는 일종의 반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반자율주행 기능을 믿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반자율주행 기능이 장착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차량이 갑자기 차로를 벗어나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운전자는 반자율주행 기능을 믿고 운전했는데 차량이 차선을 인식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 사고가 난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관련 인터넷 카페에서도 반자율주행 기능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최근에 출시된 차량에 많이 탑재된 반자율주행 기능은 레벨 2 수준으로 운전 보조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며 "사고 발생 시 모든 책임이 운전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반자율기능을 켠 상태에서도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