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정부는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6만3000명 늘어났다는 통계청 발표가 나오자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26만이라는 숫자는 세금으로 만들어낸 착시"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양산한 단기 노인 아르바이트가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 경제의 주력인 30~40대와 제조업 분야 일자리는 큰 폭으로 줄었고,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을 뜻하는 '확장실업률'도 역대 최악 수준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 39만7000개 증가

지난달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확대된 것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60세 이상 취업자가 많이 늘어난 덕분이다. 정부가 지난 1월 노인 일자리 사업을 조기 시행하면서 실업자로 잡혔던 노인 구직자들이 2월 들어 취업자로 대거 전환된 것이다.

13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한 근로자가 장비를 밀며 흙 고르기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정부가 세금을 쏟아부어 만든 ‘노인 공공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덕에 전년 대비 26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 증가 폭(39만7000명)은 1982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다. 노인 일자리 사업의 우선 대상인 65세 이상(26만2000명) 취업자 증가 폭이 60~64세(13만4000명)의 2배 가까웠다. 정동욱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2월까지 노인 일자리 사업으로 25만명 정도가 취업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이 보건복지업이나 공공행정 분야로 유입되면서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했다.

반면 30대(-11만5000명)와 40대(-12만8000명) 취업자는 전년보다 24만3000명이나 줄었다. 2월 기준으로 30대는 글로벌 금융 위기였던 2009년(-22만2000명)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 40대는 1991년(-20만2000명) 이후 28년 만에 가장 많이 줄었다. 30·40대가 주로 취업하는 제조업이나 도소매업 등이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조업 취업자 11개월째 감소

기업 경기를 반영하는 제조업 취업자는 전년보다 15만1000명이나 줄면서 작년 4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최저임금의 영향을 많이 받는 도소매업(-6만명)과 사업시설관리서비스업(-2만9000명)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음식·숙박업은 1년 전보다 1000명 늘면서 지난 2017년 12월 이후 1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정부 재정 사업이 많은 보건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은 취업자가 전년보다 23만7000명이나 늘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경기가 어려운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 비용 충격까지 겹치다 보니 기업은 일자리를 줄이고, 그 과정에서 사라진 일자리 숫자는 정부 지출로 메우고 있는 상황"이라며 "노동 비용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취약 계층 비중이 높은 저학력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지난달 중졸 이하 취업자 수는 2만2000명 감소했고, 고졸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1만8000명이나 줄었다. 반면 대졸 이상 고학력 취업자는 40만2000명 증가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임시·일용직이 줄면서 저학력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다.

◇체감 실업률 역대 최고

정부가 일자리 사업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했지만 체감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로 나타났다. 지난달 공식 실업률은 4.7%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2월 기준으로 2017년(4.9%)보다 양호한 수치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실업률인 확장실업률은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한 13.4%로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확장실업률은 취업 의사는 있지만 최근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업 준비를 하면서 단기간 일하고 있는 사람까지 모두 포함해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 실업자를 반영한다.

특히 청년층(15~29세)의 확장실업률은 24.4%로 전년보다 1.6%포인트 증가했다. 이 역시 통계 작성 후 최고치이며,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실업자라는 뜻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과거엔 일자리는 있었지만 수급이 불일치해 실업자가 늘었다면 지금은 일자리 자체가 없어지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확장실업률이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한국 사회가 고(高)실업 사회로 변해간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