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2019년 주요업무 추진계획’에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 등에 정비업자가 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막고, 재개발을 할 때 반드시 지어야 하는 임대주택 비율의 상한선을 높이며, 지역주택조합 가입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정비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조처를 잇달아 시행했다. 재건축 안전진단 평가항목 중 구조안전성 비중을 늘리고 주거환경 비중을 줄여 첫 관문부터 통과하기 어렵게 만든 것을 비롯해 초과이익환수제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등을 시행했다. 최근 2~3년 동안 서울 집값이 급등한 주요 원인이 재건축 예정 아파트에 몰린 투자수요였다는 판단에서 내려진 규제들이다.

그러나 집값 상승세가 꺾인 지금도 규제가 계속 느는 것을 보니 정부는 정비사업을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할 일종의 적폐로 보는 모양이다. 실제로도 가뜩이나 겹겹으로 쌓인 규제에 막혀 탄력을 잃은 서울 시내 재개발과 재건축은 또 다른 규제까지 만나면서 앞으로 추진하기가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해가며 정비사업을 틀어막을 일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주택 시장 안정을 위해 정비사업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과 지금처럼 재건축을 아예 틀어막는 방향으로 규제를 계속 늘리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특히 정비사업이 적절히 진행되지 않으면 훗날 수급 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을 더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고려해야 할 듯 싶다. 더는 집을 지을 빈 땅이 없는 서울에서 그나마 가능한 새집 공급 수단이 정비사업인데 이를 막으면 새집 공급 부족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45만여 가구로 정점을 찍고 올해는 40만 가구 아래로 줄며, 2020년에는 30만 가구 아래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올해 입주물량은 4만3000여 가구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예정이지만, 2년 뒤인 2021년에는 1만여 가구로 뚝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수도권 3기 신도시를 빠르게 건설한다고 해도 수도권 공급이 서울 주택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낡은 주택이 급증할 것에 대한 대비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2017년 말 기준 전국 1037만 가구의 아파트 중 지어진지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전체의 6% 정도인 59만 가구 정도였다. 하지만 앞으로 10년 안에 준공 30년을 넘기는 가구는 전체의 30% 수준인 303만 가구에 달할 전망이다. 노태우 정부 때 지어진 분당 신도시 등 200만 가구가 한꺼번에 늙은 아파트가 돼버린다. 정비사업이 한 번에 몰리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커질 수밖에 없는데 이를 질서 있게 다룰 정책 방향은 보이질 않는다.

또 늘 나오는 이야기지만 오래된 아파트의 만성적인 주차난과 열악한 생활환경을 개선해보려는 거주민들의 삶의 질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주차하기 불편하고 녹물 좀 나온다고 멀쩡한 아파트를 때려 부수는 게 맞느냐는 반론도 있지만, 사유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소유주의 입장도 그냥 귀를 닫고 넘길 문제는 아니다. 이미 정비사업으로 얻는 이익의 상당 부분을 환수하는 초과이익환수제도 시행하는 마당에 스스로 자본을 투입해 삶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시도를 나쁘게만 볼 필요가 있을까.

지금 정비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면 집값이 다시 오를지 모른다는 정부의 걱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훗날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면 지금의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미봉책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을까. 정부는 장기적인 전략을 먼저 세우고, 앞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정비사업을 다룰 필요가 있다. 리모델링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인 듯한데 정부는 이마저도 소극적이니 답답한 노릇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 가져올 문제가 다음 정부의 일이라 이러는 것은 아닐 거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