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話頭)는 단연 화면을 접는 폴더블폰이다. 연간 15억 대 규모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해 폴더블폰 판매 전망은 300만 대 수준이다. 전체의 0.2%에 불과한 수치지만 수년간 디자인의 변화가 없었던 스마트폰 시장에 불어닥친 큰 변화인 만큼, 초기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한 기업이 향후 10년 경쟁에서 우위에 설 가능성이 크다.

폴더블폰 경쟁에 불을 댕긴 곳은 스마트폰 시장 1·3위인 삼성전자와 중국 화웨이다. 두 회사는 지난달 나란히 폴더블폰을 공개하고 올 상반기 중 제품을 출시한다. 삼성은 수년째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정상을 지켜온 업체이고 화웨이는 올해 말 삼성·애플을 꺾고 판매량 1위에 오르겠다고 공언한 추격자다. 경쟁의 한복판에서 혁신 기술의 집약체인 폴더블폰의 성패(成敗)가 두 업체의 희비를 가를 것이란 게 업계 전망이다. 국내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 당장 폴더블폰이 기존 스마트폰을 대체하진 않겠지만 초창기에 시장을 선점하고 기틀을 다진 업체가 미래 시장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삼성·화웨이, 뜨거운 '접기 경쟁'

삼성전자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선보인 것은 지난 2월 20일. 화웨이는 나흘 뒤인 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메이트X'를 공개했다.

양사는 서로 다른 '접기 전략'을 펴고 있다. 삼성은 화면을 안쪽으로 접는 인폴딩(Infolding) 방식을 쓴다. 접으면 4.6인치, 펼치면 7.3인치다. 화면이 수첩처럼 안으로 접혀 외부 충격으로부터 화면을 보호하기 좋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인폴딩의 경우 화면이 접히는 각도(角度)가 훨씬 예리하기 때문에 바깥으로 접는 아웃폴딩(Outfolding)보다 기술 난도가 높다고 본다.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고동진 사장은 "아웃폴딩 방식이라면 3년 전에 시장에 내놓았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값싼 중국산 제조업체에서 신기술 선도자로 이미지 변신에 나선 화웨이는 1위 삼성과의 양자 경쟁 구도를 만드는 전략을 펴고 있다.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회장은 지난달 제품 공개 행사에서 삼성 폰을 겨냥해 "(메이트X는) 경쟁사 제품보다 더 크고 얇다"고 말했다. 화웨이의 메이트X는 접었을 때(6.6인치)나, 펼쳤을 때(8인치) 삼성 제품보다 화면이 크다. 시원한 화면을 쓸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운 것이다. 큰 화면을 바깥으로 접어서 쓰는 아웃폴딩 방식의 장점이다. 다만 접히는 면적이 큰 만큼 화면이 우그러지는 면적 역시 클 수밖에 없다. 갤럭시 폴드의 접히는 부분이 얇은 선(線)이라면 메이트X는 면(面)이다. 또 화면이 외부로 노출된 디자인이기 때문에 충격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두 회사는 아직 소비자에게 기기를 체험할 기회를 주진 않았다. IT업계에선 폴더블폰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이 인폴딩·아웃폴딩 각각의 장점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양사가 막바지 제품 수정, 활용 콘텐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본다. 화면이 접히는 부분의 우그러짐을 최소화하는 것도 관건이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과거에 1위 애플과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 위해 썼던 2등 전략을 화웨이가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며 "화웨이는 제품 완성도와 상관없이 폴더블폰에서 삼성과 비견되는 2강(强) 이미지를 만든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 샤오미도 옆으로 길쭉한 화면 좌우측을 각각 뒤로 접는 '더블폴딩' 방식의 폴더블폰을 개발하고 있다. 샤오미 공동창업자인 린빈(林斌) 총재가 지난 1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시연 영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제품 공개·출시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LG는 폴더블 대신 '듀얼스크린폰'으로 틈새 공략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들의 폴더블폰 경쟁에서 LG전자는 '듀얼 스크린'폰을 내놓는 틈새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선보인 V50 씽큐로 오는 4월 출시 예정이다. 6인치대 스마트폰 화면을 나란히 이어 붙인 형태다. 2개의 화면으로 게임·동영상·인터넷 검색 등 여러 서비스를 동시에 즐기라는 뜻이다. 200만원대 폴더블폰의 높은 가격을 부담스러워할 소비자를 겨냥해 100만원대 중후반의 가격을 책정했다. LG전자로서는 삼성·화웨이와의 폴더블폰 정면 승부를 피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 사업에서 15분기 연속 적자를 보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가 갈수록 약화되는 상황"이라며 "불확실한 초기 시장인 폴더블폰에 돈을 쏟아부으며 선도 업체 경쟁을 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봤다"고 말했다. 폴더블폰을 내놓을 수준의 기술력은 있지만 진입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다.

폴더블폰 시장의 최대 변수(變數)는 결국 애플이 될 전망이다. 애플은 제품 출시 일정을 밝히지 않았지만 스마트폰 업계와 증권가에서는 2021년쯤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애플이 진입하는 즉시 강력한 팬덤에 힘입어 최소한 폴더블폰 시장 2위를 꿰찰 것이란 전망도 많다. 애플의 폴더블폰 진입 시점이 대중화의 변곡점이란 예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세계 폴더블폰 시장이 2021년에 올해 판매 전망치의 10배인 연간 30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