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개최 예정이던 '한일 경제인 회의'가 갑작스레 연기됐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불거진 한일 외교 갈등이 기업 간 협력에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지난해에는 '한일 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도 연기됐다.

10일 한일경제협회는 홈페이지에 올린 공지문을 통해 "최근 한일 관계는 여러 가지 갈등으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으며, 양국 교류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양국 협회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회의의 내실화 및 성과 제고 등을 위해 회의 개최를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일 재계에 따르면 한일·일한경제협회가 5월 13일부터 사흘간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제51회 한일 경제인 회의는 9월 이후로 연기됐다. 한일 경제인 회의는 양국 간 경제협력 증진을 위해 1969년 처음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양국에서 번갈아 개최해 온 대표적인 한일 경제협력 협의체다.

재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과 장소까지 잡아놓은 상태에서 갑작스레 연기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지난해 강제징용 판결 이후 양국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한일 경제인 회의까지 연기되면서 양국 간 경제 교류 전반에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고 했다.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 한일 양국의 갈등은 깊어지고 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측이 대법원 배상 판결 이후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는 신일철주금에 대해 압류 자산 매각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고, 일본 자민당 내에선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불화수소(불산 플루오르화수소)' 등 핵심 물자에 대해 한국 수출 금지를 검토하는 등 '경제적 보복 조치'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