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고려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서울 주요 대학들이 올 들어 이공계 출신 교수를 신임 총장으로 기용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자율주행, 바이오, 빅데이터, 에너지 등 4차 산업혁명 분야 산·학 협력 확대와 대형 연구과제 유치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최근 취임한 서울 주요 대학 총장들이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면서 "그동안 해외에서 산학 협력 파트너를 찾았는데, 국내 대학들도 연구에 참여한다면 기업·학계 모두 발전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 글로벌 산학협력 모델 구축 포부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30년 이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를 지낸 과학자다. 20대 국회에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가 지난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서울대 총장선거에 참여했다. 오 총장은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기초과학연구원 원장 등을 지냈고,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이다. 과거 삼성 이건희 장학재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이사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지난달 취임사에서 미래지향적 교육,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을 중시하는 연구문화 조성 등을 발전방향으로 제시했다.

왼쪽부터 오세정 서울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 출신으로 대외협력처장, 공학대학원장, 공과대학원장, 테크노콤플렉스 원장,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했다. 테크노콤플렉스는 공과대학 주도로 조성된 산·학·연 종합연구단지의 관리운영기관이다. 산학관에는 LG, 포스코, 삼성 등 대기업과 IT·바이오 분야 중소·벤처기업 70여곳이 입주해 산학 협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산·학·연 협력형 캠퍼스 모델을 제시한 공로로 2011년 홍조근정훈장을 받았다. 김 총장은 한양대 ERICA(안산)캠퍼스 산학협력단장을 역임했는데, 지난달 취임사에서 "실용학풍을 통해 글로벌 경쟁을 선도할 수 있는 교육·연구·산학협력 혁신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은 대우중공업 기술연구소, 삼성데이터시스템 연구원으로 일하다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정보통신대학장, 성균융합원장 등을 역임했다. 신 총장은 올 1월 취임사에서 "신산업을 선도하는 기업가적 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글로벌 기업·연구소를 유치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산학협력이 이뤄지고, 글로벌 기업 삼성과의 새로운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인공지능·자율주행·보안 기술 개발

삼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도 기술개발·인력양성을 위해 국내 대학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서울대 공과대학과 인공지능(AI) 미래 신기술 공동연구 컨소시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4차 산업 시대 자동차 미래 기술 선도 기업으로 도약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1월 AI 역량 강화를 위해 신설한 연구조직 에어 랩(AIR Lab)과 윤성로 교수 등 서울대 교수·학생이 함께 산학 프로그램 형식으로 연구를 진행한다. 차세대 인공지능 기술은 물론 인간의 ‘카 라이프(Car Life)’에 활용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타 대학으로도 인공지능 관련 공동연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과 5G망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실증에 성공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12월 한양대 자동차전자제어연구실과 5G(5세대 이동통신)망을 활용한 자율주행차 실증에 성공했다. 서울숲-강변북로-성수대교-올림픽대로-영동대교 인근 약 7km 거리를 25분 동안 주행하면서 주행 영상 실시간 모니터링, 자율주행 관제 등을 시연했다. 자율주행 분야 권위자인 선우명호 한양대 교수(미래자동차공학과)는 "5G 자율주행차는 교통체증, 교통사고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 교통안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원은 지난해 10월 4차 산업혁명 시대 차별화된 보안서비스 개발을 위해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과 손을 잡았다. 에스원은 자체 개발한 지능형 CCTV ‘SVMS’, 차세대 출입관리솔루션 ‘클레스’ 등의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은 사물인터넷(IoT)사업화지원센터를 통해 응용 서비스를 발굴하고 있다. 센서, 클라우드, 인공지능 등의 기술이 기업 서비스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