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이 XX들아!"
"동지들, 경찰 끌어냅시다"

8일 오후 1시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KDB산업은행 본점 앞. 총 600여명(주최측 추산) 대우조선해양 노조원들이 절반씩 갈라져 정문과 후문에서 경찰 2개 중대(120여명)와 대치했다. "동지들 밀고 들어갑시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이 마이크에 대고 외치자 노조원들이 일제히 방패를 든 경찰을 밀치기 시작했다. 의경들이 "이러시면 안됩니다" "다칩니다"라고 호소했다.

대우조선 노조원들이 8일 서울 영등포구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인간 띠를 만들고, 진을 짜 방어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욕설이 난무했고, 몸싸움은 격렬했다. 노조원들에게 방패를 빼앗긴 의경들이 멱살을 잡힌 채 끌려나왔다. 무전기를 든 한 경찰은 몸싸움에 의경들이 흥분하자 "자극하지 마"라며 달랬다. 일부 노조원들은 폭력도 서슴지 않았다. 손에 들었던 피켓으로 앞에 선 경찰의 머리를 후려치거나 자신의 몸에 손을 댔다는 이유로 팔꿈치로 뒤에 선 경찰을 가격하기도 했다.

신상기 금속노조 대우조선 지회장은 "산업은행 철문을 넘고 본계약 장소까지 들어가 오늘 결사의 각오로 막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기 지회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매각 ‘결사 반대’ 각오를 다지겠다며 삭발식을 했다.

◇ 산업은행 앞으로 몰려간 대우조선·현대중 노조

대우조선 노조는 이날 정오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청와대로 행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전 11시30분쯤 경로를 바꿨다. 대우조선 매각과 관련해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인수 계약 체결이 산업은행에서 이뤄진다는 것을 알고 집회 장소를 변경한 것이다. 노조는 동종업체인 현대중공업에 인수되면 중복 업무 인력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 인수에 반대했다. 경찰은 노조와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16개 중대 1200여명을 긴급히 여의도로 배치했다.

대우조선 노조와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쯤,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집회는 더욱 격해졌다. 서울 계동 현대중공업 사옥에서 상경집회를 열 예정이었던 현대중공업 노조원 120여명도 경로를 바꿔 산업은행 본점으로 향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오전 9시부터 7시간 파업을 진행했다.

당초 양사 노조는 1~2시간가량 집회를 열고 해산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조선 노조원 6명이 경찰에 연행되자, 이들이 풀려날 때까지 집회를 멈추지 않았다. 하태준 대우조선 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연행된 6명 중 2명이 부상 때문에 병원으로 이송됐고, 나머지 4명이 아직까지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들이 풀려날 때까지 현대중공업 노조와 계속 집회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9월 결합심사까지 강경 집회 계속될 듯

본계약 체결 이후 현대중공업은 임시주주총회 등을 거쳐 올 5월 현대중공업 물적분할을 진행하게 된다. 올 9월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이뤄지면 현대중공업은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조선해양 주식을 현물출자 받게 되며, 현대중공업에 대한 유상증자 작업이 이어질 예정이다.

신상기 대우조선 노조 위원장이 매각 저지 결의를 다지는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 노조는 본계약이 체결되고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인다는 방침이다. 대우조선 노조측은 "비록 본계약이 체결됐으나 매각 철회를 위한 투쟁은 노조와 지역사회가 연대해 계속 이어가겠다"며 "이동걸 산업은행장이나 현대중 실사단이 대우조선을 찾으면 물리적 충돌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균 현대중공업 정책기획실장은 "산은과 회사의 밀실 야합은 저지되어야만 한다"며 "기업 결합 심사가 있는 9월까지 대우조선 노조와 함께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고려해 자율경영체제 유지, 고용안정, 협력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할 수 있도록 공동협의체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과 산업은행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우리나라의 대표 수출 산업인 조선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고용을 안정시키고, 조선업을 더욱 발전시키며,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