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분산 투자의 원칙은 펀드 투자의 기본이다. 다양한 펀드에 돈을 나눠 담아야 시장이 흔들려도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초보 투자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여윳돈이 있어도 주식형 펀드, 채권형 펀드, 선진국 또는 신흥국 펀드에 얼마씩 나눠야 적당한지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럴 때 인공지능(AI)이 자산 배분을 조언해주는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를 활용해 봄 직하다. 7일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 등 국내 4대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 로봇이 추천해준 펀드 포트폴리오를 들여다봤더니, 국내는 대형주나 배당주 위주의 주식형 펀드, 해외는 신흥국과 달러 표시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라는 조언이 대세였다.

◇돈 굴리는 법 알려주는 로봇

로보 어드바이저란 로봇(robot)과 투자상담사를 의미하는 어드바이저(advisor)의 합성어다. 은행마다 자체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투자 성향과 자산 규모, 연령대,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맞춤형 펀드 포트폴리오를 제시해준다.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춰 일정 기간마다 자산 재배분도 조언한다. KEB하나은행의 '2018년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로보 어드바이저 시장 규모는 아직 1조원 수준이지만 올해 2조원 규모로 2배 늘고, 2020년에는 5조원, 2025년에는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그래픽=김하경

웹이나 모바일로 주거래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가입하면, 투자 성향과 목표 등을 알아보기 위한 질문에 답하게 된다. 자신이 고위험·고수익을 좇는 공격형 투자자인지 낮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안정형 투자자인지 확인한 뒤, 투자 예정 금액을 입력하면 추천 펀드 목록 4~6개와 함께 각 펀드에 얼마씩 투자하라는 포트폴리오가 제시된다.

◇"국내는 배당주, 해외는 신흥국 채권"

미·중 무역 분쟁이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올 들어 국내외 주식 시장은 대체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면서 신흥국으로 유입되는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다. 4대 은행의 '로보 어드바이저' 로봇들도 이 같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형 펀드 비중을 조금 높이고 신흥국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를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라고 하고 있다.

국내 펀드 중에서는 배당주와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를 추천하는 로봇이 많았다. 신한은행의 '쏠리치'는 투자 성향에 관계없이 '삼성배당주장기(연초 이후 수익률 5.99%)'펀드를 공통으로 추천했다. 국내 기업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강화하면서 배당을 늘리고 있어, 국내 주식형 펀드에 투자한다면 배당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판단이다. 국내 증시가 반도체 등 대형주 위주의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피 200지수 등을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도 로보어드바이저 추천 펀드의 단골 메뉴다. 우리은행의 '우리 로보-알파'는 고수익·고위험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교보악사파워KRX300인덱스(6.95%)', '키움 KRX100인덱스(7.46%)' 펀드를 추천했고, KB국민은행의 '케이봇쌤'도 적극투자형 투자자들에게 '교보악사 파워인덱스(7.02%)'펀드를 10% 이상 투자 꾸러미에 넣을 것을 조언했다.

신한 '쏠리치'와 하나은행 '하이로보'는 '피델리티글로벌테크놀로지(14.95%)' 펀드를 공통으로 추천했다. 알파벳(구글 모기업), 인텔, 애플, 삼성전자 등 글로벌 정보기술(IT)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신한 '쏠리치'는 모든 투자자에게 이 펀드를 전체 투자 꾸러미의 10~13% 정도 편입할 것을 권했다.

KB국민의 '케이봇쌤' 모델 포트폴리오에서는 신흥국 채권에 주로 투자하는 '피델리티이머징마켓(5.41%)' 펀드가 눈에 띈다. 상대적으로 환율 변동성이 큰 신흥국에 투자하는 만큼 공격형 투자자일수록 이 펀드의 비중을 높이고, 안정형 투자자는 비중을 낮추면 된다. 하나의 '하이로보'도 적극투자형 투자자에게는 '한화이머징국공채(5.43%)' 펀드를, 공격투자형 투자자들에게는 '미래에셋인도채권(1%)'펀드를 추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