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나서는 추진위원회·조합은 시작 단계부터 난관에 부닥칠 것으로 보인다.

보통 추진위나 조합은 사업 초기 부족한 자금을 정비업자로부터 대여해 업무·용역비용을 충당해왔는데, 앞으로 정비업자에 자금을 빌리지 못하게 되면 입지가 좋지 않은 구역의 경우 사업 시작부터 자금난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투기과열지구 내 조합원 지위 양도제한, 투기과열지구 내 재개발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등으로 가뜩이나 사업성이 나빠진 도시정비사업의 향후 전망도 더욱 어두워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 종로구 종로동 사직2구역. 작년 3월 서울시가 한양도성 보존 정책에 따라 재개발에 제동을 걸었지만, 최근 법원에서‘서울시 결정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면서 재개발 사업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2019년 업무계획’에서 정비업자의 자금대여를 제한하고, 조합설립 이후 정비업자를 재선정하도록 해 정비업자가 이권 선점을 위한 통로로 활용되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 다만 공공·민간사업자가 함께 공동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일부 자금대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비업자 수주비리 땐 해당 입찰을 무효로 하고, 3진 아웃제를 도입해 시공사 수주비리 반복 업체는 영구 배제하는 등 비리행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도시정비사업 초기에는 사무실 임대료와 추진위원장과 상근직원 급여, 설계·홍보·안전진단 용역 등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추진위나 조합은 조합 설립 이후에 선정하는 업체들을 미리 선정해 입찰보증금을 받아 사업을 진행해왔다. 조합설립 이후 선정되는 정비업체가 미리 들어와 초기 자금을 선투자 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이런 관행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조합 운영 과정에서 정비업자의 입김이 과하게 들어가거나 특정 건설사로 시공사가 연결되는 경우가 많아 조합원들의 의견이 사업에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생겼다.

정부가 생활적폐 개선대책으로 이 정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흥진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정비사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정비사업자로부터 추진위나 조합이 자금을 대여받을 수 없도록 제한했다"며 "조합이 구성되면 담보를 통해 직접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데다 토지소유자들이 자금을 걷어 사업을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는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먼저 재개발 구역의 경우 노인 비중이 높아 불투명한 재개발사업에 자금을 투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재개발 전문가는 "강남 재건축과 달리 재개발은 보통 낙후된 지역이 많은데, 이런 곳에서 과연 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선뜻 사람들이 자금을 내놓을지 의문"이라며 "모든 정비사업에는 돈이 걸려 있고, 돈이 가장 첨예한 이슈인데 정부의 정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어느 정도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지역의 경우 사업 추진 동력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조합원들의 도시정비사업 추진 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정비계획 수립 때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을 상향하기로 했다. 정비사업의 경우 일반분양을 늘려 최대한의 수익을 내는 게 목적인데, 임대주택 의무비율 상한이 높아지면 사업성엔 악영향이 있다. 현재 서울의 경우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비율은 최고 15%다. 김흥진 주택정책관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로 비율을 올릴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의무적으로 의무비율 상한을 올리는 건 아니라, 지자체 상황에 따라 검토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