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보험금 더 달라고 소송 걸 가능성 커져
추가로 지급하는 보험금, 모두 손실로 연결될듯

대법원이 60세였던 사람의 가동 연한(일할 수 있는 나이)을 65세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리자 손해보험사들이 줄이을 소송에 불안해 하고 있다. 피해자가 사고로 사망했지만 유족들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거나, 심각한 부상으로 근로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치료 중인 중등 부상환자들이 손해보험사를 대상으로 줄소송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8일 삼성화재(000810)·현대해상(001450)·DB손해보험(005830)·KB손해보험 등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로 발생한 배상보험 관련 사고 중 아직까지 보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망·중등(1~4급) 상해사건이 최소 1000건을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의식이 없는 부상자가 상해 1급을, 신체적으로 영구 장애를 갖는 부상자는 4급을 받는다.

경기도 부천시의 한 한의원 앞에 환자들이 서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중등 상해환자들에게는 치료비만 지급되고 있을 뿐, 최종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합의되지 않은 건으로 분류된다"며 "피해자들은 대법원 판결대로 가동연한을 65세로 따져서 보상금을 지급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손해보험사들이 가동 연한을 65세로 높여 배상해주면 바로 손실로 연결된다. 가동연한에 대한 판결이 있기 전 보험사들은 가동 연한을 60세로 산정해 보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입원 기간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수익에 대한 보상액(휴업손해액), 퇴원 후에도 노동력 상실로 수입액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보상액(상실수익액), 간병비에 대한 보상액이 특히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보험개발원은 가동 연한을 65세로 하면 사망이나 부상에 대한 상실수익액만 1250억원 가량이 추가 지출될 것으로 봤다. 휴업손해액과 간병비를 추가하면 보험사 지출액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손해보험사들은 특히 간병비용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고에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보험사의 손해율 상승으로 연결돼 실무진 사이에서 고민이 많다"고 했다. 국내 법무법인 소속의 한 손해사정사는 "소송으로 가기 전 합의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며 "가이드라인이 없기 때문에 사고 피해자들도 보상 하한액을 가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은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 개정 작업만 기다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표준약관 개정은 추후에 판매될 배상보험에 대한 것이지만, 이 약관을 참고해서 보상금을 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미래 보험에 대한 약관이지만 분쟁 건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고 했다. 금감원은 오는 5월 말까지 약관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규제개혁위원회에 표준약관 개정안을 상정하고, 업계 수렴 과정을 거친 뒤 표준약관을 확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