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6일 100여만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총파업을 벌였지만, 전체의 1%도 참여하지 않은 '실패한 파업'으로 끝났다. 파업에는 현업에서 배제된 노조 전임자 등 노조 간부들이 주로 참여했을 뿐, 민노총의 주력인 현대·기아차노조 등 대형 사업장은 대거 빠졌다. 올해 모두 네 차례 총파업을 벌이겠다고 예고한 민노총의 '파업 시간표'는 첫 계획부터 차질을 빚게 됐다.

올해 네 번 하겠다던 총파업, 첫 파업에 0.3%만 참가

민노총은 이날 노사정(勞使政)이 합의한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안을 반대하고,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등을 촉구하는 총파업을 벌였다. 오후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을 비롯해 전국 14개 지역에서 총파업 집회도 가졌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집계 결과, 이날 파업에는 전국 30여 개 사업장이 동참했고, 참가자 수는 3200여 명에 불과했다. 민노총이 올해 초 대의원대회에서 공개한 전체 조합원 수가 99만5861명(지난해 말 기준)인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0.3%정도만이 참여한 것이다.

국회 앞에 모인 민노총 조합원 - 6일 서울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총력투쟁 대회’에 참가한 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처럼 파업 참가자 수가 저조했던 것은 현대·기아차노조와 현대중공업, 인천공항공사·코레일 등 민노총 내 핵심 사업장 노조 대부분이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으로 매각이 결정돼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는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조합원 5000여 명 가운데 400여 명만 4시간 조업을 중단했다. 나머지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은 대부분 노조 활동에 주력하는 노조 간부들이었다. 이들마저도 민노총의 총파업 지침을 따르는 흉내만 내는 데 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은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탄력근로제, 최저임금제 차등 적용과 주휴수당 폐지, 그리고 '파업 파괴법'으로 불릴 자본의 노동법 개악 주문까지 민주노총이 투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국적인 총파업 참가자 수가 매우 적고, 고농도 미세 먼지까지 겹치면서 집회는 맥없이 끝났다.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여기 있는 간부들에게 죄송하다"면서 "여기서 투쟁을 지체한다면 미세 먼지보다 더 큰 재앙이 올 것"이라고 했다.

경제 최악인데…명분 없는 파업이 패착

민노총은 올해 3월과 4월, 6~7월, 11~12월 등 모두 네 차례 총파업을 벌이기로 올해 초 방침을 정했다. 그 출발점인 이번 3월 파업을 위해 김명환 위원장 등은 전국을 돌며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그럼에도 노조원들 호응이 적었던 이유는 파업 명분이 불명확했고, 시기도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민노총이 요구하는 탄력근로제 개선이나 ILO 핵심협약 비준 등은 이미 사회적으로 충분히 논의 중인데 이를 걸어 파업에 나서다 보니 호응이 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임금이나 단체협상을 하다 각종 갈등이 표출되는 여름 즈음에 파업의 동력이 생긴다"면서 "3월은 파업을 이끌어내기에는 무리"라고 분석했다.

민노총 집행부의 리더십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1월 말까지만 해도 노사정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 정부·경영계와 협상을 벌이자고 호소했다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총파업을 들고나왔다. 한 전직 민노총 간부는 "어제는 타협하자고 했다가 다음 날 파업하자고 하니 누가 호응하겠느냐"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2조4222억원으로 전년보다 50% 가까이 감소하는 등 우리 경제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총파업은 애초부터 불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최영기 한림대 경영학부 객원교수는 "모든 산업이 어려운데, 파업으로 생산 라인이 멈추는 후폭풍을 노조가 감당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