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자연 분해가 어려운 비닐이나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았다. 꿀벌에 기생하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에서 비닐과 플라스틱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olyethylene, PE)’ 분해 효소를 발견한 것이다.

폴리에틸렌 비닐을 먹고 있는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류충민 감염병연구센터 박사팀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생물학 분야 세계 학회지 ‘셀 리포트(Cell Reports)’ 온라인판에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은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가 벌집을 먹이로 삼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이번 연구를 수행했다. 벌집의 구성물질인 왁스는 폴리에틸렌과 화학적 구조가 유사한 성분이다. 이에 지금까지 관련 학계에서는 꿀벌부채명나방의 장내 미생물이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장내 미생물이 아닌 꿀벌부채명나방의 소화효소가 폴리에틸렌을 분해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를 위해 연구팀은 항생제를 이용해 꿀벌부채명나방의 장내미생물을 모두 제거하고 소화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 분해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는 장내미생물이 없는 상태에서도 플라스틱을 먹고 장내 단백질로 분해했다. 연구팀은 이 꿀벌부채명나방의 장내에 발생한 단백질을 분석해 ‘에스터라아제’, ‘라이페이즈’, ‘시토크롬 P450’ 등 소화효소가 분해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의 유전체 분석 결과, 유전적 특이 성질이 발견됐다. 꿀벌부채명나방 애벌레는 다른 곤충과 달리 왁스 분해 효소의 종류와 유전자 개수가 더 많았던 것이다. 이같은 사실을 활용하면 효모를 이용한 효소발현으로 대량의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류충민 박사는 "꿀벌부채명나방 유래 효소를 이용한다면 보다 효율적으로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현재 플라스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한 수준인 만큼 산업적 가치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환국환경산업기술원의 보고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15년까지 65년 동안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83억톤이며,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63억톤이다. 이 추세가 지속될 경우 2050년까지 누적 폐기물 발생량은 330억톤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