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두 개의 스크린을 활용할 수 있는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나 화웨이가 ‘폴더블(접고 펴지는)’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폴더블폰 출시를 미루고, 상황을 지켜보다 상위 기술인 ‘롤러블(돌돌 말리는)’ 스마트폰 출시로 시장을 뒤집겠다는 게 LG전자 전략이다. TV 사업을 살렸던 ‘권봉석 매직’이 또 한 번 먹힐지 주목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려도 있다. 2010년 당시 삼성전자와 팬택 등이 애플 스마트폰 ‘아이폰’에 대응해 스마트폰을 잇따라 출시했지만, LG전자는 일시적인 유행으로 봤던 적이 있다. 국내 경쟁사에 비해 6개월 가량 대응이 늦어지면서 고전했기 때문이다.

◇ ‘폴더블’ 대신 ‘듀얼 스크린’ 내놓은 LG전자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19’의 LG전자 부스에 방문한 관람객이 ‘V50 씽큐’를 체험하는 모습.

LG전자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국제 컨벤션센터(CCIB)에서 신규 스마트폰 공개 행사를 열고 ‘V50 씽큐 5세대(G)’를 공개했다.

V50 씽큐 5G에는 탈착식 화면 솔루션 ‘듀얼 스크린’ 기능이 탑재됐다. 스마트폰 화면을 덮는 플립 형태로 일반 스마트폰 커버처럼 끼우면 듀얼 스크린 스마트폰이 되는 식이다. 화면을 펼치면 6.2인치까지 화면이 커진다.

듀얼 스크린 화면은 왼쪽에, V50 씽큐 5G 본 화면은 오른쪽에 위치한다. 게임을 하면 한 쪽에는 게임 화면이, 한 쪽에는 게임 컨트롤러가 구성되는 식이다.

LG전자의 듀얼 스크린폰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게임 업체 ‘닌텐도’가 2004년 출시한 휴대형 게임기 ‘닌텐도DS’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시대를 역행한다"는 지적도 수두룩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각각 폴더블폰을 선보이며 기술 혁신을 뽐낸 것과는 상반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미 LG전자의 이같은 움직임은 예상돼 왔다. 권봉석 LG전자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장 겸 홈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장(사장)은 지난달 1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LG 5G폰은 듀얼 스크린폰이 될 것이다"며 "최근 수년간 과도한 기술 혁신을 시도하다 신뢰를 잃었지만 5G 전환기에는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과도한 혁신은 모듈형으로 2016년 출시됐던 ‘G5 씽큐’를 말한 것으로 보인다. 카메라 등 모듈을 G5 씽큐에 꽂으면 업그레이드된 카메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었다. 하지만 혹평을 받으며 MC사업본부 15분기 연속 적자의 신호탄이 됐다.

◇LG전자, 폴더블 기술은 충분한데…"아직은 시기상조"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공개된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X’의 힌지 부분에 보이는 주름.

사실 LG전자의 폴더블 기술은 충분하다. 폴더블 패널 양산 라인을 가진 기업은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중국 BOE 정도가 꼽힌다. 하지만 LG전자 측은 "폴더블폰 방식을 검토한 결과 사용자 경험이 준비돼 있지 않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폴더블폰은 아직 1세대이기 때문에 단점도 명확하다. 배터리 문제가 있고 접히는 힌지 부분에 우글거리는 주름도 피할 수 없다. 화웨이 폴더블폰 ‘메이트X’의 경우 시연 행사 당시 펴진 디스플레이에 주름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접히고 펴질 때 소프트웨어 등의 최적화도 문제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가 인폴딩(안으로 접히는) 방식으로 혁신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일각에서는 "접히는 도중 가끔 터치가 안 먹히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고 할 정도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해 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MWC 2019’에 마련된 기업 부스에서는 유리 상자 등에 폴더블폰을 넣고 공개했다.

스마트폰제조업계 관계자는 "아직 폴더블폰은 1세대에 불과해 완성도가 부족하다"며 "시연품이기도 하고 아직 문제가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관람객들이 만지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화웨이는 1세대 폴더블폰 출시로 더 나은 폴더블폰을 출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단점이 개선된 2세대 폴더블폰은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할 수 있다. 반면 LG전자는 1세대 폴더블폰을 건너 뛰면서 이같은 과정을 겪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래도 기대가 쏠린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권봉석 사장 때문이다.

◇폴더블 미뤘지만 기대감 쏠리는 ‘권봉석 매직’…롤러블로 승부수?

지난달 15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MWC 2019’에서 선보일 5G 스마트폰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2019년 새해 인사로 MC사업본부장을 맡게 된 권 사장은 통찰력을 가진 혁신가로 유명하다. 2015년 슬슬 판매량이 늘어나던 커브드(휘어진) TV 한계점을 파악하고 개발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당시 사업부서가 모두 반대했지만 "가족이 아닌 한 명에게만 초점을 맞춘 커브드 TV의 단점은 명확하다"며 커브드 TV 생산을 중단시켰다. 현재 커브드 TV는 일부 지역에서만 겨우 팔릴 정도다.

TV 사업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업도 잘 안다. 권 사장은 2012~13년 MC사업본부에서 상품기획그룹장으로 일했다. 본부장 다음인 2인자였다. 당시 주도로 출시한 스마트폰 ‘G2’와 ‘G3’는 각각 700만대, 1000만대 이상 팔리며 승승장구했다.

권 사장은 홈런보다는 연속 안타를 주문하는 스타일로 알려졌다. 현재는 폴더블폰이 시장에 맞지 않다고 보고, 스마트폰 기본기를 높이는 전략에 집중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권 사장은 중요한 순간을 알고 치고 나가는 전략가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폴더블보다 상위 기술인 롤러블로 승부를 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전자 휴대폰 사업이 고전하고 있지만, 권봉석 사장의 이유 있는 한 수나올 것"이라며 "롤러블폰 출시 등으로 시장 판도를 뒤바꿀 수도 있다"고 말했다.

롤러블폰에 대한 전망은 미지수다. 아직 배터리 등 문제가 남아있고 카메라 등 휴대폰 장치들의 구조 문제가 남아있어서다. 얇은 화면에 카메라나 지문인식 등을 장착하기 어렵다는 게 스마트폰 제조업계 중론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전망은 아니라는 게 스마트폰제조업계 설명이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롤러블폰이라는 게 아직 어떤 제품으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롤러블폰이 나올 수는 있지만 배터리나 휴대폰 장치들의 구조를 배치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망은 미지수이지만 부정적이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