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일레븐이 진짜 세븐일레븐이 되나요?"

'편의점 24시간 영업'의 원조 격인 일본 세븐일레븐이 영업시간 줄이기 실험에 나섭니다. 일본 각지의 직영점 10곳을 뽑아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6시간만 운영해본 후 매출·순익에 미치는 영향 등을 살펴보겠다는 것입니다.

24시간 영업을 포기하고 심야 8시간 동안 문을 닫는 건 세븐일레븐 입장에선 1946년의 영업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원래 미국 회사 토템(Tote'm)이었던 세븐일레븐은 1946년 2차 세계대전 후 경기 활황기에 영업 시간을 오전 7시부터 오후 11까지로 늘렸습니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영업 시간 확장에 맞춰 회사 이름도 세븐일레븐으로 바꾼 겁니다. 1963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세븐일레븐이 처음으로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이후, 한국과 일본 중심으로 24시간 편의점이 일반화되는 등 편의점 영업 시간은 계속 늘어왔습니다. 현재 일본에서는 2만 개가 넘는 세븐일레븐 점포 중 96%가 24시간 영업을 합니다.

일본 편의점이 이처럼 일반화된 24시간 영업 체제를 바꾸려 하는 이유는 극심한 구인난 때문입니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는 161개입니다. 일할 사람이 모자라니 밤샘 근무할 사람을 찾는 건 더 어려워졌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미 24시간 영업을 포기한 편의점이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매장 수가 가장 많은 편의점인 CU의 경우 지난해 24시간 운영하지 않는 점포의 비중이 19%로 나타났습니다. 2016년 10%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얼핏 보면 한국과 일본 편의점 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원인은 정반대입니다. 일본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지만 한국은 일할 사람은 있는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편의점 본사에 24시간 영업을 강제하지 말라고 요구하며 다툼까지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밤중에도 물건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점점 줄어드는 원인이 일본에선 '구인난', 한국에선 '경영난'입니다. 지금 한·일 경제가 처한 대조적인 상황을 편의점 업계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