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이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로 떠오른다. 낮은 곳에선 비틀거리다가도 일단 하늘 높이 올라가면 연줄을 팽팽하게 당긴다. 공중에선 지상보다 바람이 더 세게 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인 구글이 올해부터 연의 원리를 이용해 하늘에서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공중 풍력 발전소'를 상용화한다. 하늘로 올라간 풍력 발전소는 공간 문제로 발전소를 세우지 못하는 곳에서 전기를 공급하는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구글, 석유기업과 상용화 나서

구글 자회사인 마카니 파워의 포트 펠커 대표는 지난 12일 "석유업체 로열 더치 셸과 제휴해 노르웨이에서 공중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셸은 마카니에 투자한다고 밝혔지만 투자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마카니는 2006년 설립된 풍력 에너지 업체다. 2013년 구글에 인수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구글엑스(X)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마카니는 그동안 20킬로와트급(kW) 발전기를 600kW급 상용 발전기로 발전시켰다. 펠커 대표는 이제 구글엑스 프로그램을 졸업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셸과의 제휴는 그 신호탄이다.

그래픽=김하경

마카니와 셸은 오는 6월 노르웨이 남서부 카뫼이에 있는 해양에너지 시험시설에서 날개 길이 26m인 공중 풍력 발전소를 띄워 전력을 생산할 예정이다. 공중 풍력 발전소는 프로펠러 8개를 장착한 항공기 형태의 연을 띄워 공중에서 바람의 힘으로 전기를 만든다. 풍력 발전기는 커다란 원을 그리며 비행하면서 프로펠러를 돌려 전기를 만든다. 이 전기는 나중에 연줄을 통해 지상으로 전송된다.

공중 풍력 발전은 하늘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세게 부는 현상을 이용한다. 지상 80m에서는 초속 4.6m의 바람이 불지만 800m 상공에서는 초속 7.2m로 세진다. 풍력 발전은 바람이 세질수록 제곱으로 전력이 많이 나온다. 바람이 지상 80m보다 3배쯤 강한 1㎞ 상공에서는 전력을 8배나 많이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지난 201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한 논문에서 고고도 풍력 발전은 이론적으로 1800테라와트(TW, 1TW는 1조W)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전력 수요의 100배에 이른다. 반면 지상 풍력 발전은 400TW에 그친다.

◇해상 풍력 발전의 대안으로 부상

공중 풍력 발전소는 두 가지 형태로 나뉜다. 마카니처럼 공중에서 전기를 만들어 지상으로 보내는 방식은 '공중 발전(fly-gen)'이다. 즉 공중에 띄우는 항공기나 드론, 기구(氣球)에 프로펠러와 발전기를 장착한 형태다.

'지상 발전(ground-gen)'은 프로펠러가 없는 글라이더나 연이 공중에서 연줄을 당기는 힘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연줄이 감긴 원통이 회전하면서 지상의 발전기를 가동해 전기를 만든다. 유럽위원회(EC)의 후원을 받은 네덜란드 앰픽스가 고정식 날개의 글라이더로 공중 풍력 발전소를 개발하고 있다. 이탈리아 카이트젠은 낙하산 형태의 연을 이용하고 있다.

마카니와 셸은 올해부터 공중 풍력 발전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한다. 바로 바다 위 하늘을 이용하는 것이다. 풍력 발전소는 바람이 센 곳을 찾아 바다로 나가고 있다. 해상(海上) 풍력 발전이다. 하지만 지구 연근해 3분의 2는 풍력 발전기를 세우기에는 수심이 너무 깊다. 마카니는 이곳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먼저 부표에 연줄을 달아 발전용 항공기를 하늘로 띄운다. 부표는 닻을 내려 고정한다. 이러면 기존 해상 풍력 발전소처럼 바다 밑바닥에 구조물을 세우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공중 풍력 발전기가 가볍기 때문이다. 공중 풍력 발전기는 초경량 탄소섬유로 만들어 동급의 지상 풍력 발전기보다 90% 가볍다.

물론 육지에서도 연줄을 고정할 공간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발전소 부지 걱정이 없다. 재생에너지 컨설팅 업체인 우드 매킨지의 프라샨트 코라나는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스펙트럼지와의 인터뷰에서 "특히 태양광 발전을 하기에는 해가 잘 비치지 않거나 평평한 공간이 부족한 산악지역에 적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난 현장에서 비상전력을 공급하는 용도로도 활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