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을 이용하면 달에서 인공적으로 물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은 인류의 우주 식민지 개척에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이 연구가 물 합성 기술로 발전할 경우 달 정착 사업이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오렌털 터커 박사는 지난 21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태양풍(風)이 달에서 물의 성분인 수산기(OH) 분자를 만드는 화학적 과정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지구에서 촬영한 달의 모습. 최근 인공적으로 달에서 물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태양풍은 고에너지 입자들의 흐름이다. 강한 에너지를 띠고 있어 그대로 노출되면 생명체에 치명적인 위험을 준다. 지구는 대기와 자기장이 태양풍을 막고 있지만 달은 그렇지 못해 초속 450㎞로 쏟아지는 태양풍을 그대로 맞는다.

연구진은 "태양풍에 있는 양성자(H+)가 달 표면의 암석과 반응해 수소(H) 원자와 산소(O) 원자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전자가 부족한 수소 원자인 양성자가 달 표면에 닿으면 암석에 있던 전자와 결합하면서 수소 원자가 밖으로 나온다. 또 태양풍의 강한 에너지가 달 토양에 있는 이산화규소(SIO₂)의 결합을 끊어 산소(O) 원자도 빠져나온다. 이 산소와 수소가 결합해 물의 주요한 구성 성분인 수산기(OH) 분자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태양풍은 규소 외에도 달의 토양을 구성하는 철 등 다른 물질과 산소 원자의 결합력을 와해시켜 산소 원자를 내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그동안 여러 우주 탐사선을 통해 달에 얼음 형태의 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어떻게 물이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혜성 충돌에 따른 화학작용의 결과라는 주장과 태양풍이 원인이라는 가설이 맞서왔는데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후자 쪽에 무게를 실어줬다. 터커 박사는 "달의 역학을 이해함으로써 어디에서 물을 구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됐다"며 "수산기에서 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