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는 줄무늬가 대세다. 희고 검은 줄이 난 얼룩말이 초원을 달리고 원주민들도 몸에 줄무늬를 그리는 '보디 페인팅'을 즐긴다. 과학자들이 아프리카의 줄무늬 애호는 성가신 해충을 쫓기 위해 발전했음을 밝혀냈다.

미국 UC데이비스의 팀 카로 교수 연구진은 지난 20일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에 얼룩말의 줄무늬가 어디에 쓰이는지 확인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영국의 한 농장에서 얼룩말 3마리와 말 9마리를 카메라로 관찰했다. 말파리는 말과 얼룩말 주위에 거의 비슷하게 모여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파리가 달라붙는 비율은 얼룩말이 말의 25%에 불과했다.

영국 브리스톨시에 있는 한 목장에서 연구진이 일반 말에 줄무늬 옷을 입히고 실험을 하고 있다.

반대로 말에게 얼룩말처럼 줄무늬 옷을 입히자 말파리가 크게 줄었다. 카로 교수는 "영상을 보면 말파리는 얼룩말에 앉으려다가 자주 실패했다"며 "아마도 줄무늬가 시각에 혼동을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로 교수는 지난 2014년 얼룩말의 줄무늬가 말파리를 쫓기 위한 용도라는 주장을 처음 제기했다. 얼룩말이 사는 곳은 말파리가 번식하는 장소와 겹쳤으며, 파리가 극성을 부리는 곳일수록 줄무늬가 더 선명하다는 것이다. 카로 교수는 다른 발굽 동물은 털이 길어 파리를 막지만 얼룩말 털은 짧아 소용이 없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얼룩말은 털 대신 줄무늬로 파리를 막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람도 줄무늬로 위장하면 해충을 쫓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해 스웨덴 룬드대 수잔 오케손 교수는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줄무늬 보디 페인팅이 실제로 해충 퇴치에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은 검은색 마네킹은 흰 줄무늬 인형보다 말파리가 10배나 많이 꼬였다고 밝혔다. 갈색 인형 역시 줄무늬 인형보다 곤충이 두 배나 많이 꼬였다.

그런데 얼룩말의 줄무늬는 흰 바탕에 검은 줄일까, 검은 바탕에 흰 줄일까. 정답은 후자다. 얼룩말의 태아는 원래 검은 피부이며 세상에 나오기 직전에 흰 줄이 생긴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