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0일(현지 시각) 애플 안방으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새로운 카테고리 ‘폴더블폰’을 전격 공개하며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았다.

지난 2월 20일(현지 시각) 애플 안방으로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삼성전자는 언팩(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폴더블(화면이 접히는)폰 ‘갤럭시 폴드’를 전격 공개했다. 그로부터 나흘 만인 24일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19 개막을 하루 앞두고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는 중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가 폴더블폰 ‘메이트X’를 발표하며 삼성에 맞불을 놨다.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톱3’ 중 삼성과 화웨이가 잇따라 스마트폰 성장세 둔화를 하드웨어 혁신, 즉 폴더블폰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본격화한 상황에서 ‘애플만 조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연 애플이 폴더블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등장한 마당에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애플이 화웨이처럼 무리하게 폴더블폰 출사표를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애플이 ‘아이패드’를 통해 태블릿PC 시장에서 압도적 선두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화면크기가 7.3인치, 화웨이가 내놓은 ‘메이트X’는 8인치(폈을 때 기준)로 각각 출시됐다.

향후 화면이 ‘S’자처럼 두 번 접히는 방식으로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진화해 화면크기 10인치 이상의 폴더블폰이 나오게 되면, 이 시장은 7인치에서 12인치 정도로 출시되고 있는 태블릿PC 시장을 완전히 잠식할 수 있게 된다.

장지훈 가젯서울 미디어 대표는 "삼성전자의 경우 7~8인치대 태블릿PC 시장 수요를 폴더블폰으로 끌어와 매출을 늘릴 수 있지만, 애플은 아이패드가 이미 잘 나가고 있어 무리하게 폴더블폰 출시했다가 시장 점유율이 분산될 수 있다"며 "‘삼성 폴더블폰’과 ‘애플 폴더블폰’의 의미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래픽=박길우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 집계를 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글로벌 태블릿PC 시장에서 애플은 점유율 26.6%로 삼성전자(14.6%), 아마존(12%), 화웨이(8.9%) 등을 따돌리고 있다.

스마트폰 스펙 상향 평준화로 시장 성장이 둔화하고 있는 위기를 애플이 ‘하드웨어 혁신’보다 ‘서비스 부문 강화’로 풀어나가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애플은 앱스토어나 애플뮤직 등 서비스가 이미 강하고, 서비스 부문을 더욱 확대함으로써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내년까지 서비스 부문 매출을 연간 500억달러(약 56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2016년과 비교하면 두 배 정도 되는 규모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무리하게 설익은 기술로 폴더블폰을 출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IT 업계를 잘 아는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현재 폴더블폰의 기반인 플렉서블(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BOE(중국)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디스플레이를, 화웨이는 BOE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해 폴더블폰을 내놨다.

삼성 측에서 ‘기술 격차’를 두기 위해 얼마간 디스플레이를 공급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의 로드 홀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는 삼성 폴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만이 구현할 수 있다"며 "기술을 빨리 채택하지 못하도록 삼성이 애플에 디스플레이 공급을 지연시킬 수 있을 것이고 이 점이 올해 애플에 잠재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애플은 현재 폴리머 등 재료를 OLED 표면에 발라 디스플레이를 여러번 접어도 모양이 변형되지 않는 코팅 기술 특허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향후 폴더블폰의 대세가 될 10인치 이상의 폴더블폰을 만들 수 있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이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주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