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최저임금 인상의 상·하한을 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최저임금을 최종 결정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27일 발표했다. 하지만, 개편안을 두고 노동계와 재계 반발이 거세 향후 입법 과정에서도 진통이 예상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에서 노사(努使)는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을 포함할 지를 놓고 대립각을 세웠는데, 개편안에는 결국 기업 지불능력이 제외됐다.

고용노동부 제공

정부는 기업 지불능력은 전체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기준으로의 객관성·구체성이 부족하고 각 기업별 지불능력이 달라 일률적인 기준을 만들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을 결정 기준으로 추가해 이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정부가 보완 지표로 내놓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나 경제 상황 등도 기업 지불능력 만큼이나 객관성·구체성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은 기자들과의 질의 응답 과정에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로 정하거나 경제성장률, 경제 상황, 산업별 수치 등 하나의 지표로만 하기에는 부담이 있었다"며 "다만,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연간 모니터링하면서 객관적이고 적합한 지표를 찾아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개편안이 발표되자마자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등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최저임금 결정기준에 ‘기업 지불능력’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기업 지불능력을 초과한 임금 인상에 대해 기업은 제품가격 인상이나 고용 축소 등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어 국민 경제적으로 물가와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계는 노동계대로 반발한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개편안 발표 이후 입장문을 내고 "정부 안에는 그동안 한국노총이 반대해 온 결정 기준 가운데 하나인 '기업 지불능력'은 제외됐지만, '고용 수준'은 표현만 다르게 '고용에 미치는 영향'으로 바뀌어 포함됐다"며 법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정부가 끝내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았다"며 "저임금 노동 문제는 온데 간데 없고 저임금 노동을 해결하자는 노동자와 계속 싼 값에 일을 시키겠다는 사용자 사이의 교섭 갈등을 문제 삼은 결정구조 개악안"이라 지적했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안을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의원입법으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장관은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최저임금의 심의를 요청해야 하는데, 3월 말까지는 법 개정 절차와 공포 절차가 마무리돼야 내년 최저임금에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입법은 4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