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증시에서 '갑분상(갑자기 분위기 상승을 의미하는 신조어)' 장세가 이어지면서 강세장에 베팅하는 레버리지 펀드가 수익률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레버리지 펀드란 주가가 오르거나 내릴 때 변동 폭의 2배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고수익·고위험 투자 상품이다.

26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한국이나 중국, 북미 등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8.7%로, 일반 주식형 펀드 수익률(국내 9.6%, 해외 12.1%)을 압도하고 있다. 회사원 황모씨는 "중국 증시가 너무 빠지길래 용기 내서 레버리지 펀드에 가입했는데 두 달 만에 30%에 육박하는 역대급 수익을 올렸다"면서 "신용 대출이라도 받아서 큰돈을 넣었어야 하는데 후회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레버리지 펀드는 주가가 빠질 때 손실이 주가지수 하락률의 2배가 될 수 있어 섣불리 큰돈을 투자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만 44% 오른 괴물 펀드 등장

올해 국내외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린 유형은 레버리지 펀드다. 상승장에서 빛을 발하는 레버리지 펀드는 올해 수익률 '톱5'를 싹쓸이했다. 중국 증시에 투자하는 일부 레버리지 펀드는 잭폿을 터뜨리기도 했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차이나A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43.7%에 달하기도 했다. 이 상품은 중국 상하이·선전거래소에 상장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우량주로 구성된 CSI300 지수를 추종한다. 이 펀드의 지난 1년 성과가 -31.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대반전 드라마를 쓴 셈이다. 수익률 '톱5' 레버리지 펀드 중 유일하게 국내 증시에 투자해 대박을 낸 상품은 미래에셋운용의 'TIGER 200 IT레버리지 ETF'였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성SDI와 같은 정보기술(IT)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IT 주식은 작년 말엔 반도체 업황이 꺾일 것이란 우려 때문에 크게 하락했지만, 올 들어 외국인이 4조원 넘게 순매수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한화운용의 ARIRANG HSCEI레버리지 ETF와 삼성운용의 KODEX ChinaH레버리지 ETF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데, 연초 이후 수익률이 28~29%로 수익률 상위 4~5위를 차지했다.

◇장기 투자는 금물…'히트 앤드 런' 전략 유리

수익률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레버리지 펀드에선 투자금이 유출되고 있다. 올 들어 레버리지 펀드에선 1652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해 펀드 가입 후 글로벌 증시가 급락해 손해를 보고 있던 투자자들이 본전을 찾자마자 빠져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레버리지 펀드의 변동폭은 2배가 최대인데, 미국에는 3~4배짜리 레버리지 상품도 적지 않다. 문윤정 신한금융투자 부지점장은 "레버리지 펀드는 고수익이 가능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손실 역시 커질 수 있다"면서 "레버리지를 일으키려면 추가 비용이 들기 때문에 수익이 정확히 두 배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 투자가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재테크 상식과 달리, 레버리지 펀드는 장기로 투자할수록 불리하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초 주가지수가 1000포인트에서 시작해 다음 날 25포인트 하락하고, 그다음 날 25포인트가 상승하면 다시 1000포인트가 되니까 기초 지수의 최종 수익률은 변동 없다. 그러나 이 경우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은 -0.14%로 떨어진다. 레버리지 펀드는 기초 지수의 기간 수익률이 아니라, 하루 변동률의 2배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김경식 플레인바닐라투자자문 대표는 "지수가 떨어졌다가 다시 상승해 제자리로 돌아와도 레버리지 펀드 수익률은 마이너스가 나 있을 수 있다"며 "수익률 괴리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면 '짧게 치고 빠지기(히트 앤드 런)' 전략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레버리지 펀드

주가지수가 오르면 오른 만큼의 2배 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된 금융 상품으로, 공격적 투자 수단으로 쓰인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2배 이상 손실을 볼 수 있는 초고위험 상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