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의 마이크로소프트(MS) 행사장. 관람객 수십 명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MS가 이번 MWC에서 처음 공개한 증강현실(AR) 기기 '홀로렌즈2'를 보기 위해서였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

스키용 고글처럼 생긴 홀로렌즈2를 머리에 쓰자, 기기가 놓여 있던 탁자 위로 거대한 3D(입체) 건물 이미지가 보였다. 손을 이리저리 돌리면 이미지의 위치가 바뀌었고 천장이나 지붕, 기둥을 직접 집어서 배치도 바꿀 수 있었다. 실제로 앞에 있는 탁자의 디자인이나 색깔을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MS 관계자는 "의사가 홀로렌즈를 착용하고 환자를 보면 몸속 장기와 혈관 위치가 보이는 식으로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올해 MWC는 곧 도래할 5G 시대가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세계 주요 통신·IT(정보기술)·인터넷 기업이 선보인 5G 시대상은 '미디어'였다. 5G를 활용한 가상현실(VR), AR 같은 미래 미디어·콘텐츠 분야가 가장 큰 관심을 모은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올해 MWC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가 아니라, 미디어월드콩그레스"라며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기업이 5G용 미디어 서비스를 내놨다"고 말했다.

5G 핵심 서비스로 떠오르는 미디어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업인 퀄컴은 MWC에서 5G용 칩셋 기술과 함께 AR 서비스를 선보였다. 퀄컴이 중국 AR 기기 업체인 엔리얼과 선보인 AR 안경 '엔리얼라이트'는 무게가 85g에 불과했다. 굳이 머리에 뒤집어쓰지 않아도 쉽게 쓸 수 있는 점이 장점이었다. 안경을 쓰고 정면을 바라보니 허공에서 가상 캐릭터가 춤을 추는 모습이 보였다. 퀄컴 관계자는 "5G 시대에는 무선 AR 안경을 끼고 일상생활을 하면서 공중에 영상을 띄우거나, PC나 스마트폰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문서를 작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현지 시각)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 2019'를 통해 소개된 5G(5세대 이동통신) 관련 서비스들. 중국 ZTE는 5G 망을 기반으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로봇 팔(왼쪽 사진)을 선보였고, 대만의 IT 기업인 HTC는 가상현실(VR) 기기인 '바이브 프로'를 통해 레이싱 게임을 하는 장면(오른쪽 사진)을 시연했다.

세계 최대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인텔과 글로벌 PC 업체인 은 5G와 VR을 활용한 게임을 선보였다. 델이 선보인 VR 게임 서비스 'VMWARE'는 초고화질로 구성된 가상현실에서 골키퍼가 되어 날아오는 공을 막거나, 쏟아지는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전투 게임도 가능했다.

한·미·일 주요 통신업체 역시 미디어 서비스를 대표 상품으로 내놨다. 일본 통신업체 NTT도코모는 3차원 홀로그램(입체영상)을 선보였다. 전시장에 있는 연주자가 공연을 시작하자, 바로 옆에 가수가 홀로그램으로 등장해 노래했다. 5G망을 활용해 전시관 다른 곳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를 한 공간에 등장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어디든 콘서트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우리나라 SK텔레콤은 VR 기기를 착용하고 서울 그랜드 워커힐 호텔을 그대로 재현한 가상공간에서 방이나 레스토랑을 살펴보고 예약까지 할 수 있는 '5G하이퍼 스페이스'서비스를 공개했다.

현실로 들어오는 로봇과 AI

VR·AR 같은 미디어 서비스뿐만 아니다. 5G가 상용화되면 그동안 산업 현장에서만 쓰였던 로봇이 빠르게 소비자 시장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번 MWC에서는 사람을 돕는 서비스 로봇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KT는 호텔 투숙객이 음성으로 룸서비스 같은 것을 주문하면 이를 스스로 파악해 주문을 처리해주는 'AI 호텔 로봇'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KT는 올해 노보텔 앰배서더 동대문 호텔에 이 로봇을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 ZTE는 드럼과 피아노를 입력한 악보에 따라 연주하는 연주 로봇을 선보였다. 중국의 로봇 업체 인포스(INNFOS)는 인간형(휴머노이드) 로봇인 'XR1'을 공개했다. 이 로봇은 커피 주문·서빙을 혼자 하고, 사용자와 질의응답도 한다.

자동차 업체도 미래 자동차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독일의 BMW는 사람과 대화하듯 음성이나 손짓, 시선을 활용해 자동차를 제어할 수 있는 AI 비서 서비스를 공개했다. 운전자가 눈앞에 있는 식당을 손으로 가리키면, AI 비서가 곧바로 식당 영업시간이나 고객 평가를 알려주고 식사 예약까지 해준다.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는 MS와 손잡고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인 '엑스톨로(eXtollo)'를 개발하기로 했다. 자동차들이 수집하는 데이터를 MS의 클라우드에 저장해 분석하면서 자율주행차 기술을 빠르게 개발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