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통가에는 3·1운동 마케팅이 뜨겁습니다. 우선 농심이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3월 한 달 동안 안성탕면 판매 금액의 3.1%를 국가유공자 복지 등에 기부하겠다고 합니다. 농심은 안성탕면과 해물안성탕면 멀티팩 포장 옆면에 3·1운동 100주년 기념 캠페인 문구를 넣은 한정판 패키지도 제작할 계획입니다. 농심 관계자는 "3·1절 기념 기부 행사 제품으로 안성탕면을 선택한 이유는 경기도 안성이 3·1운동 3대 항쟁 지역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농심뿐 아닙니다. GS리테일은 3월 31일까지 편의점 GS25와 GS수퍼마켓에서 판매하는 도시락 상품에 여성 독립운동가 51인의 이름과 공적이 담긴 스티커를 부착합니다. 편의점 이마트24도 3월 31일까지 도시락 모든 제품과 생수 등에 태극 문양을 부착해 판매하고, 생수 '하루e리터' 판매 금액의 1%를 적립해 4월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침체된 유통 업계가 펼치고 있는 이런 홍보 전략을 '코즈 마케팅(cause marketing)'이라고 부릅니다. 제품 판매를 소비자의 호의적인 반응이 예상되는 환경·애국 같은 사회적 이슈와 결합하는 마케팅 기법입니다. 1984년 미국 신용카드사 아메리칸 익스프레스가 카드 사용액 일부를 자유의 여신상 복원 기금에 기부한 게 첫 사례로 꼽힙니다. 먹고 즐기는 건 같은데 '착한 소비'라는 의미를 부여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겁니다.

업계에선 코즈 마케팅이 소비자와 기업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상생) 구조라고 말합니다. 코즈 마케팅을 통해 기업들이 사회에 공헌하는 건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시장을 간단히 봐선 안 될 것입니다. 코즈 마케팅이 넘쳐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은 단지 '착한 소비'라는 이유로 지갑을 열진 않으니까요. 더욱이 '반짝 행사'가 넘쳐나면서 3·1운동 100주년이라는 무게감이 물건을 많이 팔기 위한 '가벼운 미끼'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걱정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