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갤럭시S10을 공개했습니다. 갤럭시S10은 갤럭시 시리즈 10주년 기념작인 만큼 ‘역대 최강’ 사양을 자랑합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의 구체적인 ‘스펙’에 관해선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갤럭시S10 실물을 벤치마크(성능측정)한 외신들에 따르면, 갤럭시S10은 최대 2.73~2.84GHz 8코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8GB(기가바이트) RAM(램)을 장착했다고 합니다.

삼성전자가 20일(현지 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 언팩 행사에서 공개한 ‘갤럭시S10’ 시리즈.

RAM 용량은 같지만 AP 속도는 기기마다 차이를 보입니다. ‘국내판’과 ‘해외판’에 들어가는 AP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내수용 갤럭시S10에 자사가 설계·제작한 엑시노스 9820을 탑재했습니다. 반면 해외판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55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두 AP 모두 요구하는 작업량에 따라 고성능·저전력 코어를 번갈아 사용하는 Arm 빅.리틀(big.LITTLE) 클러스터 구조를 사용하지만 구성은 다릅니다.

◇ 갤럭시S10 싱글코어는 국내판이, 멀티코어는 해외판이 우월해

엑시노스 9820은 2.73GHz의 고성능 코어 2개와 2.31GHz의 중간 성능(미들코어) 코어 2개, 1.95GHz로 작동하는 저전력 코어 4개로 이뤄졌습니다. 그래픽 성능을 좌우하는 GPU로는 Mali-G76이 탑재됐습니다. 제조는 삼성전자 기흥 공장에서 이뤄집니다. 공정은 8나노(nm) 핀펫(FinFET) LPP로 알려져 있습니다.

해외판에 사용되는 스냅드래곤 855는 2.84GHz로 작동하는 프라임코어 1개와 2.41GHz로 작동하는 3개의 고성능 코어, 1.78GHz로 작동하는 저전력 4개 코어로 이뤄져 있습니다. GPU는 퀄컴 Adreno640을 사용합니다. 제조는 대만 TSMC의 7나노 공정을 거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퀄컴 스냅드래곤 855.

AP 이원화는 갤럭시S 시리즈의 오랜 전통입니다. 그러나 컴퓨터의 ‘두뇌’인 AP가 다르다보니, 국내판과 해외판 성능도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S9만 해도 스냅드래곤 탑재 제품과 엑시노스 탑재 제품의 성능차가 논란이 됐습니다.

해외 벤치마크 전문 매체인 아난드텍(Anandtec)에 따르면, 갤럭시S9 엑시노스 사용 제품의 성능은 스냅드래곤보다 긱벤치4(Geekbench4) 기준 싱글코어 50% 이상, 멀티코어 10% 이상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실제 사용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웹브라우징, 그래픽 성능에선 최대 25%가량 열세였습니다.

이번 갤럭시S10에선 양측의 성능차가 좁혀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모바일 전문 매체 GSM아레나(GSMarena)는 최근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S10 벤치마크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긱벤치 4.1에서 진행한 AP 성능 벤치마크에서 갤럭시S10은 싱글코어 4543점, 멀티코어 1만521점을 기록했습니다.

스냅드래곤 855를 사용한 샤오미 Mi9의 싱글코어 점수는 3503점, 멀티코어 점수는 1만1181점입니다. 엑시노스가 싱글코어에선 29.6% 좋은 성능을 냈고, 멀티코어에선 6.2% 나쁜 성능을 보였습니다. 종합 성능을 보는 안투투(AnTuTu)7 벤치마크에선 갤럭시S10이 34만345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샤오미 Mi9의 37만2006점에 9.3%가량 밀리는 수치입니다. 국내판·해외판에 성능차가 있는 셈입니다.

◇ 갤럭시만 사용하는 엑시노스… AP 설계 역량 키우기 위한 ‘내수차별’?

삼성전자는 AP 이원화에 관해 "각 국가 및 지역별로 지원하는 이동통신 네트워크가 다르고, 구매선을 다양화해 얻는 리스크 관리 등 이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9820.

그러나 일각에선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엑시노스를 사용하는 휴대전화는 갤럭시S와 중국 메이주 등으로, 고객사 폭이 좁은 게 현실입니다. 갤럭시 시리즈가 엑시노스를 포기한다면 삼성전자는 사실상 모바일 AP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자 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자체 AP 설계·제조 역량 보존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은 "삼성전자가 내수차별을 한다"는 불만도 내놓습니다. 가격 차이도 있습니다. 갤럭시S10의 미국 예약판매 가격은 128GB 기준 899달러(약 100만원), 512GB 기준 999달러(약 112만원)입니다. 그러나 한국 내 예약판매 가격은 128GB가 105만원, 512기가는 129만원으로, 환율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미국보다 비싼편입니다.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엑시노스던, 스냅드래곤이던 성능만 좋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국내·해외 제품 ‘스펙’ 차이에 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게 아닐까요. 같은 제품이 다른 부품을 쓰고, 가격도 다르다면 그 이유와 구체적인 차이에 관해 스스로 밝혀 소비자들의 의문점을 해소하는 게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