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준 베잔트 대표 인터뷰
기자·게임사 대표 거쳐 블록체인 비즈니스 도전
블록체인 개발·결제 플랫폼 제공

2016년 여름. 김찬준 베잔트(Bezant) 대표는 일본 긴자의 한 커피숍에서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커피를 주문하려는데,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아니 일본은 선진국 아닌가? 시골도 아니고 도쿄 긴자인데.’

밖으로 나와 출입구를 봤더니 정말 카드사 가맹점 스티커가 없었다. 김 대표는 서울 강남 청담동 못지 않은 럭셔리 브랜드, 로드숍 매장이 즐비한 긴자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김찬준 베잔트 대표.

"사실 해외 출장을 다니다 보면 동남아시아나 남미는 더 불편했습니다.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은 부지기수고, 온라인으로 뭘 사기 위해 편의점에 현금을 맡겨야 했던 일도 있었죠. 카드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가맹 엄두를 못 내는 소매 업주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해외에서도 P2P(Peer to Peer·개인 간) 결제가 가능한 블록체인 기술로 이런 불편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스마트폰에 암호화폐 지갑만 깔려 있다면 세계 어디서나 수수료 걱정 없이 빠르고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릴 것이란 믿음이었다.

게임사 대표였던 김 대표는 게임 아이템 거래에 익숙했기 때문에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디지털 자산이 낯설지 않았다. 무엇보다 디지털 거래·결제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는 2018년 12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베잔트 파운데이션 CEO를 맡으며 본격적으로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베잔트는 2018년 5월 암호화폐 공개(ICO)를 통해 1680만달러(약 189억원)를 조달했고, 베잔트 토큰은 같은 해 11월 빗썸에 상장됐다. 김대식 빗썸 설립자가 베잔트의 최고암호화폐책임자(CCO, Chief Cryptocurrency Officer)를 맡고 있으며 카카오페이 출신 개발자 다수가 합류해 결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혁신을 꿈꾸는 김 대표를 만났다.

◇ 블록체인 개발·결제 플랫폼 제공…BXA와 협업

-베잔트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베잔트는 2018년 3월 설립됐다. 베잔트가 하려는 건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서비스로서의 블록체인(BaaS, Blockchain as a Service)’이고 둘째는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 결제 솔루션을 만드는 일이다."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하다.

"현재 베잔트 암호화폐 지갑을 개발 중이다. 카카오페이는 로그인만 하면 결제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신용카드 포스(POS) 단말기 시스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결제가 가능해진다. 카카오페이 등 다른 간편 결제보다 좋은 점은 한국, 태국, 해외 어디서든 결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 덕분이다."

김찬준 대표가 인터뷰 도중 꺼내 놓은 세계 각국 지폐. 그는 “해외 출장이 잦은데,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아서 현지 통화를 환전해 가지고 다닌다”고 했다.

-블록체인 기반 결제의 장점은 무엇인가.

"구매자가 법정화폐나 암호화폐 중 편한 방법으로 결제 하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암호화폐를 해당 국가에 전송하고, 판매자 역시 원하는 통화 형태로 즉시 지급받을 수 있다. 기존 결제 시스템보다 빠르고 수수료도 싸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카드사, 은행, 결제대행업체(VAN)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거쳐야 하고 환율 등 비용 증가 요인이 많은데, 암호화폐를 이용하면 이런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나.

"예를 들어 원가 9000원인 토끼 인형을 만원에 판다고 하면 100개 팔아야 10만원 남는데, 카드 수수료가 2.3% 이렇게 되기 때문에 카드사에서 2만3000원을 가져간다. 상인 입장에서 이게 1%로 떨어지면 큰 절감이 된다.

일반 카드 사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비싼 해외 송금 수수료를 절약할 수 있고 기내 면세점 같은 걸 이용할 때 붙는 3~4% 수수료도 아낄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블록체인 기반 결제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거래소와의 협업이 중요하겠다.

"우리는 앞으로 암호화폐 거래소가 금융기관 역할을 할 거라고 본다. 베잔트는 거래소 선점에 따른 비교 우위를 가진다. 빗썸 대주주인 BXA(블록체인 익스체인지 얼라이언스) 그룹과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12개 거래소 정도로 출발하는 BXA에 포함된 국가들과 먼저 협업하고 계속 서비스 국가를 늘려갈 것이다. 거래소 연합이 기축통화로 활용할 BXA의 토큰을 지원하며 베잔트 토큰은 물론 신용카드 등 기존 결제 옵션까지 지원하는 지갑이라고 보면 된다."

◇ 기자·게임사 대표 거쳐…글로벌 서비스 강점

김찬준 대표는 2000년부터 2004년 말까지 IT 매체 지디넷에서 게임 전문 기자로 활동했고, 2005년 게임회사 ‘그리곤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2006년에 게임 개발사 ‘고릴라바나나’를 설립했다. 2013년엔 게임 회사 투자·육성 업체인 게임앤컴퍼니를 설립하기도 했다.

-경력이 독특하다.

"게임처럼 재밌는 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싶었다. 프로그래머도 아니었고, 스스로 게임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게임 회사를 취재하는 기자가 됐다.

당시 지디넷은 100% 외국회사였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한국 게임을 해외에 알리거나 업계 관계자들을 연결해주는 꿀벌 역할을 하게 됐다. 이후 게임 회사를 설립해 운영하며 계속 게임 업계에서 일했다."

베잔트 블록체인을 활용한 결제 처리 흐름도.

-게임과 블록체인이 어떻게 연결되나.

"게임 아이템, 싸이월드 도토리가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 자산이다. 게임은 여러 나라 이용자가 함께 즐기는 글로벌 콘텐츠라는 점도 블록체인과 유사하다.

게임 기자, 게임사 대표 거치면서 글로벌 네트워크가 생겼는데 모두 디지털 자산,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결국 블록체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끼리 뭉쳐 사업해 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베잔트를 설립하게 됐다."

-개발 역량도 중요할 텐데.

"베잔트에서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팀원들은 주로 카카오 출신이다. 이베이 코리아 등을 거치며 결제 관련 전문성을 갖춘 팀원들도 다수다. 다른 회사에 비해 구성원들의 역량, 팀워크가 좋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특징이 있다면.

"직원들이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 싱가포르, 태국, 브라질 등 10여 개국 출신 60여 명이 일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상 글로벌 서비스에 활용해야 더 빛을 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문화적 다양성이 글로벌 서비스 개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 3월 말 메인넷 개발 완료…거래 처리 속도 초당 1000건

-BaaS 사업에 대해 좀 더 설명해 달라.

"메인넷인 ‘베잔티움(Bezantium)’ 개발이 3월 말 완료될 것으로 본다. 베잔티움은 기업용 블록체인 기술 개발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리눅스 재단에서 주관하는 블록체인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하이퍼레저 패브릭(Hyperledger Fabric)’을 활용했다."

베잔트 홈페이지 첫화면.

-기업이 어떻게 활용할 수 있나.

"베잔티움을 사용하면 기업이 쉽게 블록체인 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 필요에 맞춰 토큰을 발행할 수도 있고, 스마트 계약(contract)도 만들 수 있다.

BaaS는 아무 색깔이 없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아무 회사나 가져가서 쓰면 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같은 OS(운영체제)라고 보면 된다. 우리 결제 솔루션도 베잔티움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비트코인의 거래 처리 속도는 1초에 7건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결제 솔루션에 활용하려면 처리 속도가 중요할 텐데.

"베잔티움의 거래 처리 속도는 1000TPS(초당 거래 처리 수)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비자카드(1500~2000TPS) 비슷한 수준으로 개발하고 있다. 우리는 거래 처리 속도의 티핑 포인트를 1000TPS로 보고 있다. 이 속도보다 빠르면 이용자 입장에선 큰 차이를 못 느끼게 된다."

-블록체인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블록체인은 미래 중요 기술이라고 확신한다. 인터넷 수준의 기반 기술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본다. 카카오톡이 처음 나왔을 때를 돌이켜보면 통신사들은 카카오톡을 완전히 무시했다. 하지만 결국 카카오톡이 보편화하면서 1년 2조원 규모였던 문자 메시지 시장을 놓치고 말았다.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 모두 알 필요는 없다. 그냥 편하고 빠른 서비스라고 생각해서 쓰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 올해는 이용자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