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20조원을 투자할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짓기로 함에 따라 이 일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지 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부동산으로 다시 흘러들 가능성이 있는 데다, 고용이 창출되면서 주택 수요가 생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지역 부동산이 크게 들썩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용인시 처인구는 용인권에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이다. 지난해 하반기 수지구와 기흥구의 집값이 크게 오르는 동안에도 하락을 거듭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용인시 수지구와 기흥구의 주택매매가는 각각 10.92%와 5.93% 상승했다. 하지만 처인구의 주택가격은 1.38% 하락했다. 이번에 SK하이닉스가 요청한 원삼면에는 아파트 단지가 없다. 전원주택과 물류창고 등이 주로 있는 곳이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너무 큰 기대를 품고 투자를 하면 안 된다"면서 "인근 몇 곳을 제외하고는 땅값이나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우선 협력업체 등이 물류와 공장부지를 얻을 것으로 보이는 양지나들목 인근은 땅값이 조금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주거지의 경우 원삼면에 새 주거단지가 생기고 수요가 생기기보다는 처인구 기존 단지로 수요가 모일 것으로 예상했다. 직장 근처에 살려는 사람들도 학교와 생활편의시설 등 기반시설이 이미 갖춰져 안정이 된 곳에 거주지를 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조금 더 먼 기흥구나 수지구, 인근 화성 동탄 등에 살며 출퇴근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박 위원은 내다봤다.

그는 "소득이 많은 직원의 경우 오히려 분당이나 양재 등에서 출퇴근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어, 공장 주변 부동산 시장이 들썩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고 교수는 "일자리가 는다고 하지만 언제 얼마나 늘어날지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주변에 인프라가 잘 갖춰진 도시에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고 했다.

그는 특히 처인구 인근에 워낙 공급량이 많았던 것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수요가 생긴다고 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주택이 많다는 것. 고 교수는 "정부가 도로 등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한다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가치가 지금보다 크게 높아질 지역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반도체 클러스터가 먼저 들어선 이천의 부동산이 과거 강세를 보였느냐"고 반문하며 "이 일대에 주거지가 만들어진다고 해도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변화를 보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함 랩장은 특히 이 일대는 반도체 클러스터 때문에 이주하는 수요는 있을지 몰라도 추가로 다른 수요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지 않은 곳이라는 점을 잘 봐야 한다고 했다. 또 경부고속도로축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도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그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기대 심리가 생겨 투자 수요가 생길 수는 있으나 실제 주거하려는 수요가 많이 생기기는 어려워 보이는 만큼 부동산 값이 오르더라도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