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국채, 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자산을 축소하는 정책을 올해 말 종료할 뜻을 밝혔다.

연준이 2017년 10월 시작한 보유 자산 축소는 당초 3~4년 동안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그런데 2년여 만에 조기에 종료할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연준이 보유한 국채 등을 매각해 보유 자산을 축소하면 시중의 유동성(돈)은 연준으로 환수돼 줄어든다. 금리 인상과 유사한 효과를 보인다. 그런데 이를 중단하면 미국 시중 금리 상승세가 멈추고 달러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다. 전문가들은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하고 있다.

"미국 양적 긴축, 올 연말 중단"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각) 공개한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통해 "거의 모든(Almost) 위원이 올해 말 보유 자산 축소 정책을 종료할 것임을 발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조만간 열릴 FOMC 회의에서 자산 축소를 중단할 시기와 속도 등에 대해 중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이 과거 보유 자산 축소에 나선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양적 완화 정책으로 풀었던 막대한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서였다. 연준의 보유 자산은 2008년 이전에는 1조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지만, 2014년 4조50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그러다 연준은 "미국의 경제 기반이 강해졌다"며 2017년 10월부터 보유 자산을 매달 30억~500억 달러씩 줄여왔다. 2월 현재 연준의 보유 자산은 4조 달러 수준이다.

연준은 2015년 말부터 금리를 올리고 있는데, 여기에 보유 자산 축소까지 보태 위기 때 풀린 돈을 더 빠르게 회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이 같은 긴축 정책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결국 연준은 올 들어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자산 축소 정책도 조기에 종료한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시장 전문가들이 적절한 자산 규모로 1조~1조2000억 달러 수준의 추정치를 내놓았다"며 "현재 속도로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쯤 그 수준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록에 따르면 이 밖에도 모든 위원이 '미국 경제의 위험에 대해 잘 판단할 수 있을 때까지' 금리 인상을 잠시 보류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인내심을 갖고(patient)'란 표현은 14차례 등장했다. 다만 일부 위원은 "기존 전망보다 빠른 물가 상승이 나타날 경우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등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경기 둔화 우려는 지켜봐야"

연준의 통화 완화적인 태도는 미국의 달러 유동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달러 약세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신흥 시장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 신흥국의 외채 상환 부담이 줄고 글로벌 투자자금이 신흥시장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준이 통화 완화적인 태도로 돌아선 이유가 경기 둔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업 실적 둔화, 미·중 무역 협상 등 다른 불확실성 요소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의사록을 통해 재확인된 연준의 비둘기적(통화 완화적) 태도는 시장에 우호적"이라면서도 "앞으로 금융시장은 기업 실적, 무역 협상 진전 상황, 경제 지표 등 다른 불확실성 재료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FOMC 의사록이 공개된 20일 뉴욕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24% 오른 2만5954.44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였다. 코스피지수가 0.05%, 중국 상하이지수는 0.34% 하락한 반면 일본 닛케이지수는 0.15%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