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과거 금융회사 길들이기라는 지적을 받았던 '종합검사'를 부활하기로 해 관치(官治)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들의 자율을 보장하겠다며 종합검사를 폐지한 지 4년 만이다.

금융위원회는 20일 정례 회의를 열고 금감원의 '2019년 종합검사 계획안'을 승인했다. 이번 '신(新)종합검사 계획'에 따르면, 금감원은 금융 소비자 보호 수준과 재무 건전성, 지배 구조와 내부 통제 실태 등 상시 감시 지표를 종합적으로 따져 평가가 미흡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모든 금융회사를 2년에서 5년마다 한 번씩 돌아가면서 검사하지 않고, 감독 중점 사항 등을 잘 준수하는 금융회사는 검사를 면제해주겠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각종 수수료 부담에 따른 민원이 많이 제기돼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점을 종합검사 부활 이유로 꼽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에선 검사 대상 선정 기준이 모호하고, 먼지 털기식 강압적 검사가 반복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회사 임원은 "지배 구조, 소비자 보호 수준 등 불명확한 평가 기준이 포함돼 있어 자의적으로 검사 대상을 선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회사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를 절대선으로 내세워 금융회사들을 적폐로 내몰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관치논란을 의식한 듯 "핀테크 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자금융업자, 대부업자 등 중소 금융회사가 4년 새 1800개 가까이 늘었고, 장기간 현장검사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소비자 보호를 종합검사 부활의 이유로 강조하고 있다. 또 검사 부담도 줄여준다는 방침이다. 종합검사 대상이 되면 3개월 전후로 '부문검사'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검사기간을 불필요하게 연장하거나 여름휴가, 연말연시, 명절 전후에 검사하는 일도 자제하기로 했다. 예년에 연평균 50회 진행된 종합검사 건수는 절반 이하로 확 줄인다. 그러나 금융계는 금감원이 실제 종합검사 때 이를 지킬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 종합검사는 2015년 진웅섭 전 원장이 취임하면서 폐지했다. 업계에 자율과 창의를 주는 차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군기 잡기식 검사는 지양하겠다는 취지였다. 종합검사는 금감원 전신인 은행감독원이 1962년 출범한 이후 50년 이상 시중은행 등을 관리·감독하는 방편이었다. 그러나 시시콜콜 경영에 간섭하는 수단으로 변질되면서 업계의 큰 불만을 샀다. 2009년 말에는 차기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내정됐던 강정원 당시 국민은행장이 종합검사를 앞세운 금융감독원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사퇴하기도 했다.

3월 말 종합검사 세부방안이 나오면 첫 대상은 4월쯤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삼성생명이 1순위로 거론된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지난해 "(삼성생명이 종합검사 대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예상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다. 지난해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 때 소비자에게 추가 지급을 하라는 금감원 권고를 따르지 않고 소비자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등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외에도 채용 비리 문제로 재판을 받는 신한은행 등도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종합검사 부활을 앞두고 금융업계는 초긴장 모드다. 2015년 종합검사 폐지 당시와 비교할 때 상황이 바뀐 것이라곤 원장이 달라졌다는 것 말고는 없는데 갑자기 종합검사가 필요하다고 하니 설득력이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시장에서 누구나 납득할 만한 기준이 제시되지 못한 상태에서 종합검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그 자체만으로도 해당 금융사는 커다란 평판 손실을 본다"며 "종합검사를 소위 '길들이기'나 '보복성'으로 악용할 소지가 여전히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