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뉴욕 사무실에 패션 관계자 초청…"명품 스토리텔러 될 것"
유튜브 '패션' 검색량 35% 증가, 구글서도 12% 늘어
아마존 대항마로 명품 온라인 연계플랫폼 확대 포석

지난 11일 오후 6시(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10번가 15스트리트. 첼시마켓 맞은편에 위치한 건물 3층에 유명 디자이너와 모델, 패션지 관계자들이 하나둘 모여 들었다. 구글이 ‘2019 뉴욕패션위크’의 셀러브리티(Celebrity·유명인)를 자신들의 사무실에 초청했기 때문이다.

구글 사무실에 방문한 뉴욕 패션모델들이 포즈를 취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구글은 이들에 칵테일과 핑거푸드를 제공하며 패션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한편, 모델·디자이너들과 기념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이날 행사는 라틴아메리카의 유명 디자이너와 모델을 위주로 진행됐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스페인 유명 디자이너인 아가타 루이즈 드 라 프라다(Agatha Ruiz de La Prada)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의 의상은 화려한 색감과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마드리드 메르세데스 벤츠 패션위크에 참가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어 미국 업타운 패션위크의 창립자인 알바니아 로사리오(Albania Rosario)가 나타났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인 그는 FDLA(패션온라인포라틴아메리카) 등 유명 패션플랫폼을 약 16년간 운영해 온 인플루언서(SNS 유명인)다. 이어 애나 로렌(Anna Lauren), 다니엘 베르첼리(Daniel Vercchelli), 산탈 라카요(Shantal Lacayo) 등 신진 디자이너들도 칵테일 파티에 합류했다.

◇구글 명품에 러브콜...아마존 대항마로 온라인 쇼핑 강화

IT회사인 구글이 뉴욕 패션위크에 등장한 이유는 왜일까. 구글은 1시간반 가량의 칵테일 파티가 끝나자 곧바로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디올·루이비통 등 전세계 명품(名品) 브랜드 패션쇼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를 본 고객이 구글 검색을 통해 관련 상품을 온라인 구매하는 연계 플랫폼을 선보였다.

구글은 디올과 루이비통 맨즈의 예시를 들었다. 5분 분량의 ‘2019-2020년 남성복 패션쇼’를 유튜브에서 본 후, 고객이 구글 검색에서 ‘Dior Mens’라고 치면 바로 디올 상품이 뜨는 식이다. 590달러(약 66만원)짜리 디올의 스니커즈, 550달러(62만원)짜리 티셔츠를 노출하고 버튼을 누르면 구매까지 가능하다. 그 옆에는 ‘sponsored(광고주)’라고 적혀있다.

맨해튼에서 진행된 구글 컨퍼런스 현장. 게르만 산타나 파트너 매니저는 “패션 브랜드의 스토리텔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만 산타나(German Santana) 구글 글로벌제휴 세일즈 파트너는 "우리는 명품 브랜드와 유명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구글은 명품의 스토리텔러, 이노베이터, 서비스 프로바이더의 역할을 모두 할 수 있는 유일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이 자리에서 유튜브·지메일·크롬 등 자신들의 7개 브랜드와 이들 플랫폼 사용자가 10억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모바일에서 유튜브에 머무르는 평균 시간이 60분이며 전세계 사람들이 16억시간을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데 쓴다고 밝혔다.

◇명품 세대교체 바람...밀레니얼세대 공략 못하면 생존 불가

구글이 세계 패션 중심지 뉴욕의 유명 디자이너, 모델들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명품 브랜드의 온라인 강화 행보와 관련 있다.

온라인 서점에서 ‘유통공룡’으로 성장한 아마존은 저가 정책을 통해 소비자를 공략했다. 이른바 아마존 구축효과로 미국 오프라인 매장 중 작년 한 해만 6400여개가 폐점했다. 126년 전통의 미국 최초 백화점 시어스(SEARS)도 파산을 선언했다.

다만 ‘명품’은 예외였다. 명품은 아마존에서 구매하기 쉽지 않고, 위조품이 많아 신뢰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스페인 유명 디자이너인 아가타 루이즈 드 라 프라다가 구글 컨퍼런스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발표하고 있다.

구글은 이 틈을 파고들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2000년대생)를 중심으로 명품의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유명 명품회사들도 온라인 전략을 강화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서다. 미국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2017 명품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명품시장을 주도한 것은 85%가 밀레니얼 세대였다.

가성비를 중요시 여기는 젊은세대들은 명품을 구매하더라도 면세점이나 온라인을 통해 구매한다. 이는 최근 세계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뉴욕 맨해튼 5번가 명품거리에 공실(空室)이 늘고 있는 현상과도 맞아 떨어진다. 매출과 트래픽을 면세점과 온라인에 빼앗기는 상황에서 매출은 줄고 고정비는 증가하는 구조라 공실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딜로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베이비붐(1955년~1963년생) 세대의 72%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명품을 구입하고 온라인은 22%, 모바일은 6%에 그쳤다. 반면 밀레니얼 세대는 58%가 매장에서, 23%는 온라인에서, 19%는 모바일에서 명품을 샀다.

◇유튜브 ‘패션’ 검색량 전년보다 35% 증가...뉴욕 거점 확장하는 구글

구글이 뉴욕 거점을 꾸준히 확장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 때문이다. 구글은 최근 뉴욕 맨해튼 남부 웨스트빌리지의 허드슨강변에 약 10억달러(1조1315억원)를 들여 업무단지 '구글 허드슨 스퀘어'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작년엔 뉴욕 첼시마켓을 약 2조6000억원에 사들였다.

뉴욕 맨해튼 10번가 구글 사무실 3층

구글이 이날 컨퍼런스에 발표한 내부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유튜브 패션 관련 검색량은 전년보다 35% 증가했다. 구글에서는 12% 늘었다. 모바일에서도 각각 14%, 17% 증가했다.

산타나 매니저는 "온라인에서 패션 제품과 후기 등을 찾는 검색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뉴욕 패션위크 기간에 이러한 모멘텀을 구글과 명품 브랜드가 같이 끌고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