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터키 마스(MARS)인수시 FI와 TRS 계약...리라화 하락시 손실보는 구조
리라화 47% 폭락...CJ CGV 1900억원 적자
부채비율 300%로 급등…"리라화 추가 하락시 신용등급 강등"

CJ그룹 계열사 CJ CGV(079160)가 지난해 약 1900억원 규모의 적자를 냈습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 공격으로 영화관 사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손실은 잘못된 파생상품 투자 이유가 더 컸습니다.

작년 4분기에만 1700억원의 손실을 냈고, 이 탓에 CJ CGV의 부채비율은 300%로 뛰었습니다. 회사가 보유한 돈보다 빚이 3배 많다는 의미인데요.

문제가 된 거래는 파생금융상품의 일종인 총수익스와프(TRS·Total Return Swap)입니다. 이 상품에서만 작년말 기준 2300억원의 손실이 났습니다.

TRS는 은행이나 헤지펀드가 위험을 회피할 목적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현대그룹, 금호아시아나그룹 등 국내 기업들도 경영권 방어 등의 이유로 활용했던 파생상품이죠. 2016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과정에서 보유했던 것으로 드러나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투자상품입니다.

해외 해지펀드나 외국계 투자은행에겐 널리 알려진 익숙한 파생 상품이지만, 우리나라에선 자주 활용되지는 않았던 상품인데, CGV는 왜 이 상품에 투자하게 됐을까요.

CGV는 2016년 터키 최대 영화사 마스엔터테인먼트그룹 지분을 약 6050억원(75%)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메리츠종금증권을 끌어들였습니다.

CGV가 3149억원(52.1%), 메리츠종금증권이 2900억원(47.9%)을 투자해 투자목적회사(SPC) 보스포러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고, 이 회사가 마스를 지배하는 구조인데요. 여기에 CJENM도 1000억원(12.4%)을 투자했습니다.

문제는 재무적투자자(FI) 메리츠종금증권과 맺은 TRS 계약입니다. 이 계약에는 터키 리라화 변동에 따라 차액을 메리츠증권에 지급하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당시 신평사들은 이러한 리스크를 반영해 CJ CGV 신용등급을 강등했습니다.

2016년 6월 TRS계약 당시 1리라당 400원을 상회하던 환율은 2017년말 기준 1리라당 284원으로 폭락했습니다. 올해는 더 떨어져 현재 212원에 거래중입니다. 약 47% 가량 내린 겁니다.

작년 8월 미국이 터키의 철강, 알루미늄 제품 관세를 두 배로 인상했고, 국제신용평가사
들이 일제히 터키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등 경제위기가 지속됐기 때문입니다.

넷플릭스 공격에 CGV의 이익이 반토막 난 상황인데, 엎친데 덮친 격으로 리라화 폭락이 발목을 잡은 셈입니다. 한국에서 CGV 영업이익은 360억원대(2018년 기준)로 2015년(716억원)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죠. 베트남도 영업이익이 79억원으로 전년(111억원)보다 감소했습니다.

터키 법인 실적도 그다지 좋진 못합니다. 터키 법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127억원으로 2017년(273억원) 대비 반토막 났지요. 터키가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10%대 초반이던 금리는 지난해 27%까지 올랐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차입 이자율도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100원 빌려서 10원만 이자로 내면 됐지만 이제는 27원을 이자로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터키법인 가치 하락으로 이어졌고 CJ CGV는 가치 하락분을 영업권 손상차손으로 인식했습니다.

그나마 중국에서 실적이 개선된 것은 다행입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200억원으로 전년(136억원)보다 크게 늘었죠.

리라화가 앞으로 반등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터키 경제가 살아나야 겠지요. 세계은행은 올해 터키의 경제성장률을 대폭 낮췄습니다.

이러한 리스크 때문에 작년 8월 6만원을 호가하던 CJ CGV 주가는 현재 4만5000원대 거래되고 있습니다. 주주들의 반발도 큽니다. 종목토론방에는 "터키가 발목잡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공매도 대기자금 성격인 대차잔고는 287만주로 역대 최고를 기록 중입니다. 그만큼 주가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다는 얘기죠.

신용평가사들은 지금은 아니지만 추가로 신용등급을 내릴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습니다. 조정표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인식되며 부채비율이 300%를 상회한다"며 "TRS 평가손실 환입여부와 터키 환율변동을 지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CJ CGV 입장에선 리라화 가치가 2021년(TRS 정산시점)까지 올라주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