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원전) 비중‘유지·확대’를 지지한다는 조사 결과가 또 발표됐다. 지난해 8월 초 폭염기에 진행된 1차 조사와 11월에 시행된 2차 조사와 일관되게 이번 조사에서도 대다수 국민이 원전 이용을 찬성한 것이다. 특히 향후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응답한 사람들 중에서 궁극적으로 원전 비중을 '제로(0)'로 가져가야 하는데 동의한 사람은 '7.3%'에 그쳤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3차 2019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에너지 정책 전반에 관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김명현 학회장은 "3차례 실시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일관되게 국민 10명 중 7명은 원자력발전 이용을 일관되게 지지하고 있다"며 "정부는 대다수 국민이 탈원전 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것에 유념해 탈원전 정책에 대한 국민의 뜻을 공식적인 방법을 통해 확인하고 그 결과를 에너지정책에 반영해달라"고 했다.

이번 조사는 조사결과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두차례 조사와 같은 문항과 방식으로 진행하되, 조사시기만 달리했다.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전화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신고리1(오른쪽)와 신고리 2호기 전경.

◇ 20대 2.4%만 원전 비중 ‘0’ 찬성 · 정부 에너지정책 '못하고 있다' 51.7%

향후 원전 비중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35.4%가 ‘늘려야한다’, 32.3%가 ‘유지해야한다’고 답했다. ‘줄여야한다’는 31%에 불과했다. 10명 중 7명은 원전을 확대하거나 유지해야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원전 비중을 ‘0’으로 해야 한다는 이른바 탈원전 지지는 7.3%에 그쳤다. 원전 비중 ‘0’ 찬성률은 20대의 경우 2.4%에 불과했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지지가 가장 높은 40대도 원전 비중 ‘0’ 찬성률은 13.8%에 그쳤다.

'원전 이용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71.4%였다. 반면 '원전 이용에 반대한다'는 비율은 26.2%로 찬성에 비해 45.2%포인트 낮았다. 특히 19~29세 젊은 연령대의 원전 이용 찬성 비율은 1차 조사 71.4%, 2차 조사 68.9%에서 75.7%로 대폭 늘었다.

원전 안전성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8.9%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38.1%로 나타났다. 원전의 장점에 대해서는 싼 발전단가(76.7%), 에너지 안보(63.4%), 미세먼지·온실가스 미배출(66.2%)을 꼽았다. 단점에 대해서는 까다로운 방사성 폐기물 처리(85.8%), 중대사고 가능성(77.1%), 발전원가 상승 가능성(64.8%)을 꼽았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는 응답자의 51.7%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잘하고 있다’는 43.9%로 나타났다.

원자력발전 신기술 개발, 원자력 인력양성, 원전해외수출 각각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67.2%, 56.9%, 52%로 나타났다.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11.6%, 16.2%, 17.3%였다.

정부의 에너지 정책 평가에서 '원자력발전 축소'에 대해 '잘 한다'는 답변은 44.9%로 '못 한다'는 답변은 50.8%였다. 부정적 평가가 우세했다. 석탄발전 축소에 대해서는 '잘 한다'가 67.1%, '못 한다'는 26.6%였다. 발전원별 정부의 에너지 정책 평가는 3차 설문조사에서 추가됐다.

한국원자력학회는 "이번 조사 결과는 국민들이 원전의 지속적인 이용에 동의하는 것을 보여 준다"며 "역으로 신규 건설을 금지함으로써 원전 비중을 궁극적으로 '0'으로 줄이려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국민 다수가 동의하지는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게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 2019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왼쪽에서 3번째가 김명현 학회장.

◇ "탈원전정책 시정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청원"

원자력학회는 이날 민간단체가 주도하는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 입장서를 발표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지난해 6월 정부가 신규 원전(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 백지화를 밝히며 중단됐다. 신한울 3·4호기 공사에 투입된 금액은 4900억~1조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학회는 입장서에서 "탈원전정책 시정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다시 청원한다"며 "아울러 에너지정책 전반에 관한 공론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학회는 "신한울 3·4 호기 건설 중지에는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다"며 "청와대 대변인은 신한울 3·4호기 건설은 공론화 때 정리되었으며 재논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일축했지만, 정부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에 국한하여 논의하는 것임을 수차례 강조했고 이는 국무총리 훈령에도 명시됐다"고 설명했다.

학회는"'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범국민 서명운동' 서명인 숫자가 40만을 넘고 두차례의 대정부 공개질의에도 정부는 답변은 없다"며 "소수의 주장에만 귀 기울이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국민과 국내외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학회는 "정부는 탈원전이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강대국 중에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는 없고 영국, 캐나다, 스웨덴, 핀란드 등과 같은 선진국도 원전을 계속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원전 수출 능력을 갖춘 나라 중 탈원전을 선언한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다는 점도 강조했다. 학회는 "원자력은 에너지믹스(Energy mix)의 일원으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으며 이제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도 2018년 11월 체코를 방문해 지난 40년간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한 운영실적과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강조한 맥락에서 탈원전을 전제로 하는 정부의 에너지전환 계획은 시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학회는 "정부는 새로 시설보수를 끝낸 월성원전 1호기를 조기에 폐쇄했고 이미 착수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도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중지시켰다"며 "장기적 안목으로 수립되어야 하는 에너지기본계획과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뒤틀려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