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전문 기업 한미금융그룹은 오는 6월쯤 서울 강동구 길동에 '펫(pet) 오피스텔'을 선보일 예정이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1~2인 가구가 대상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지상 15층, 133실 규모의 주상 복합 건물을 리모델링해 애완견이 살기 편리한 인테리어와 펫 미용 시설까지 만들어 임대한다는 계획이다. 한미금융그룹 관계자는 "펫 오피스텔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주거 방식"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펫 오피스텔, 펫 리조트 등을 10호점 이상 열 구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대명 비발디파크를 운영하는 대명그룹도 펫 호텔을 만들 계획이다. 서준혁 대명그룹 부회장은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반려동물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어 반려동물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주택·호텔 "반려동물 모십니다"

애완견, 애완묘 등 반려동물이 공동주택과 호텔 시장의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오피스텔 등 공동주택은 반려동물 키우기를 금지하거나 별도 층으로 분리했다. 도심 호텔에서도 동물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관련 산업이 급성장하자 반려동물과 공존을 모색하는 맞춤형 주택과 호텔이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개관한 서울 중구 레스케이프호텔의 반려동물 동반 전용 객실 침대 위에 애완견이 앉아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약 511만 가구로 4가구 중 1가구(23.7%)를 차지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이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4.1% 성장해 2027년에는 시장 규모가 6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설계·기획 단계부터 반려동물 전용

최근 2~3년간 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 노원구 공릉동, 경기도 파주 운정신도시, 경기 용인 등에서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모여 사는 전용 빌라들이 생겨났다. 기획·설계 단계부터 반려동물을 배려한 인테리어와 시설을 갖추고, 반려동물 양육 가구에만 분양·임대했다. 빌라 전문 소형 건설사 삼후종합건설이 지난해 8월 완공한 공릉동 애완견하우스는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게 바닥에 특수 코팅을 하고 짖는 소리가 이웃에 들리지 않도록 방음 창문을 설치했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반려견 전용 빌라 '여연재' 관계자는 "대형견, 애완견을 여러 마리 키우는 사람들이나 그동안 아파트에 살다 이웃에서 민원을 받아 불편함을 겪었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다"며 "분양 가격이 같은 동네 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정도 비싼 편이지만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고급 호텔도 '펫 프렌들리'

서울 도심의 고급 호텔들도 반려동물과 함께 머물 수 있는 전용 객실과 층을 두고 반려동물 전용 침대·간식 등을 담은 패키지를 선보였다. 신세계조선호텔의 부티크 호텔 레스케이프는 '펫 프렌들리(pet friendly)' 호텔을 표방하고 9층 열네 객실을 반려견 동반 투숙이 가능한 전용 층으로 지정했다. 다른 층은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지만 반려견 동반 전용 층은 위생을 위해 마루로 깔았고 호텔 내 중식당에 '펫 존'(Pet Zone)을 만들어 반려견과 함께 식사도 가능하게 했다. 비스타 워커힐 서울, 그랜드머큐어 앰배서더 서울 용산, 포시즌즈 호텔,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 등에서 한 객실당 두 마리까지 반려견과 함께 투숙할 수 있다.

주택·호텔 업계가 반려동물 양육 가구를 찾아나선 것은 상품 차별화가 가능한 데다 수익성도 좋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일반 공동주택에 비해 반려견 전용 주택은 분양·임대 가격이 15~20% 정도 비싸다. 서울 도심 호텔에서도 반려동물 한 마리당 3만~25만원 투숙비를 따로 받고 있다. 박준영 한국펫코디협회 대표는 "신축 빌라뿐만 아니라 기존 빌라나 오피스텔을 펫 전용으로 리모델링하고 싶다는 건축주들의 컨설팅 문의가 많이 늘어났다"며 "펫 관련 산업은 성장세가 빠르고 부가가치가 높아 전용 주택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