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기업 임원 출신 정책조정국 과장으로 임용
과장급 정기 인사 보도자료에서도 임용 사실 누락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2008년 출범 후 최초로 민간인 전문가를 주요 정책 부서 과장으로 채용한 사실을 한 달 넘게 쉬쉬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초 정부의 규제혁신 정책을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정책조정국 기업환경과장에 외국계 기업 임원 출신을 임용했지만, 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복수의 기재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종일 전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단장은 지난달 7일부터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 기업환경과장으로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실시된 인사혁신처 주관 개방형직위 공채시험을 거쳐 기재부 입성에 성공한 것이다.

전남 광양에 있는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은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을 국제무역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기업 투자 등을 유치하는 곳이다. 전라남도 지방정부 산하 기관이다. 안 과장은 이곳에서 해외기업을 유치하는 일을 4년 넘게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전남 도지사로 재임한 시기와 겹친다.

세종시 기획재정부 청사

안 과장은 지난 2014년 광양만자유구역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는 외국계 기업 임원으로 일했다. 미국계 기업인 한국존슨, 독일계 바이어스도르프, 헨켈테크놀로지스 등에서 마케팅, 해외사업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안 과장은 현재 109명의 기재부 과장 중 유일한 순수 민간 출신이다. 국장급에서는 한국은행 출신인 황인선 경제정책국 민생경제정책관이 있지만, 황 국장은 한은과 기재부 인사 교류 차원에서 재직 중이기 때문에 민간 전문가가 공직에 진입한 사례로 보기 어렵다.

안종일 과장이 부임한 기업환경과장은 정책조정국에서 규제혁신 업무를 관장하는 자리다. 공정거래위원회 관련 업무 등 기업 규제와 관련된 정책을 조율하는 위치다. 이 자리는 인사혁신처가 채용 절차를 주관하는 개방형 직위였지만, 역대로 경제정책국과 정책조정국에서 경력을 쌓은 서기관들이 공모 절차를 거쳐 초임 과장으로 부임했었다. 전임 과장들이 대부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으로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에이스들의 첫 과장 보직’이라는 인식이 많았다.

이 때문에 기업환경과장에 민간인이 채용된 것은 기재부 안에서 이변으로 꼽힌다. 기재부가 창설된 2008년 이후 정책조정국과 경제정책국 등 양대 정책부서에 민간 전문가가 과장을 맡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기재부에는 기업환경과장 같은 개방직 직위가 국·실장급에서 6개, 과장급에서 10개가 있다. 이 직위는 개방형이지만, 대부분 기재부 공무원들이 외부 채용 절차를 거쳐 근무하고 있다.

기재부는 안종일 과장이 공채를 통해 기업환경과장에 부임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부임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정부 부처에서는 과장 이상 보직 간부가 교체되거나 외부에서 채용되면 인사 보도자료를 통해 이를 공개하는데, 안 과장은 이런 과정이 없었다. 기재부 과장 74%를 교체한 지난 1월 30일 인사 명단에서도 안 과장의 이름은 빠졌다.

문재인 정부는 폐쇄적인 공직사회 분위기를 개혁하기 위해 민간 전문가 출신의 개방직 채용을 적극 장려하고, 채용 실적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기재부 측은 안종일 과장의 인사 자료를 배포하지 않은 것은 단순 사무 착오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 안 과장과 함께 인사 자료를 함께 배포할 보직 변경 인사 등이 없었기 때문에 보도시점을 찾지 못했다. 단순 사무착오로 인한 실수를 확대해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