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윳돈 1000만원을 중국 펀드에 넣었던 직장인 조모(31)씨는 최근 계좌를 확인하고 안도했다. 10% 넘게 손해를 봤던 펀드가 원금을 모두 회복하고 수익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씨는 "언제까지 오를지 알 수 없어 불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올 들어 빠르게 회복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 펀드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분간 중국 증시가 랠리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아직 중국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은 만큼 '묻지 마'식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미·중 무역 협상 진전에 중국 펀드 수익률 고공 행진

지난 18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펀드 166개의 연초 이후 수익률(15일 기준)이 평균 14.11%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가 9.2%, 해외 주식형 펀드가 10.4%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펀드 설정액이 많은 순서대로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1(종류A)'펀드가 17.36%, '신한BNPP중국의꿈2(종류A)'펀드는 11.51%, 'KB중국본토A주(A)'펀드가 13% 수익률을 내고 있다.

중국 펀드 수익률이 고공 행진을 하는 건 올 초까지만 해도 깊게 드리웠던 중국 증시 전망의 먹구름이 걷혔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지수는 연초 이후 10% 넘게 상승했고 선전지수는 14% 뛰었다. 지난해 내내 확전 일로를 걷던 미·중 무역 분쟁이 올 들어 완화 분위기로 반전한 게 가장 큰 이유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 시각)에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베이징에서 열린 2차 고위급 무역 협상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선 것 역시 중국 펀드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선진국 금리가 오르지 않으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기대 수익률이 높은 신흥 시장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월 중국 주식시장에 외국인 투자 자금이 1개월 기준 최고치인 90억달러(약 10조원)가 순유입됐다"며 "중국 시장이 지난해 바닥을 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보도했다. 2월 들어서도 외국인의 중국 A주 일 평균 순매수액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다.

◇"중국 부양책 가능성" 대 "경기 둔화 우려 여전"

향후 중국 증시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크긴 하지만 걸림돌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중국 증시 낙관론자들은 오는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중국 정부가 올해 소비 진작을 위해 대규모 감세, 인프라 투자 확대,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펴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여행·레저나 공중 화장실 개선 등 생활형 사회 기반 시설 투자나 5세대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 등이 중국인들의 새로운 소비를 유도할 것"이라며 "대규모 감세와의 시너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상승세만 보고 중국 펀드에 무작정 투자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 실적, 미·중 무역 협상 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체감 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해 말부터 꺾이는 등 경기 둔화 우려도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 중국 정부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는 목적이 경착륙을 방어하려는 것이기 때문에 1분기 기업 실적, 2분기 중국 경기 지표, 무역 협상 과정 등을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