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품귀 현상'까지 보이며 패션업체 효자 노릇을 했던 롱패딩이 이번엔 따뜻한 날씨 탓에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올겨울에도 '대박'을 기대하며 많게는 전년 대비 50%까지 물량을 늘렸는데, 따뜻한 날씨 탓에 수요가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디스커버리는 올겨울을 대비해 롱패딩 40만장을 포함해 패딩 68만장을 만들었다. 하지만 현재 판매율은 75% 정도에 그치며, 4장 중 1장은 재고로 처리해야 할 상황이다. 작년 이맘때 95%와 비교하면 판매율이 대폭 떨어진 것이다. 디스커버리 관계자는 "실제 판매된 롱패딩은 작년과 올해가 비슷하지만, 물량을 많이 만들어 놓은 탓에 재고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 본점 아웃도어 브랜드 매출(작년 12월 1일~올해 2월 17일)은 전년 대비 1.4% 증가에 그쳤다. 작년 겨울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 11.8%와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한 매장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단가가 높은 롱패딩 판매 부진이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롱패딩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날씨다. 18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3일까지 서울의 한파일수(최저기온이 영하 12도 이하)는 단 1일에 그쳤다. 전년 같은 기간 한파일수는 12일이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올겨울도 추울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작년 11월까지는 롱패딩 판매가 괜찮았지만, 12월 날씨가 춥지 않자 판매가 급락했다"고 말했다. 날씨가 다시 추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봄·여름 상품을 예년보다 1~2주 앞당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