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조가 최근 한 보고서를 내놨습니다. '반값 공장'의 광주형 일자리나 파업 관련 내용이 아닙니다. 270여 쪽 분량의 제목은 '미래형 자동차 발전 동향과 노조의 대응'. 내용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위기에 처했고, 노·사·정이 하나로 의견을 모을 수 있는 방법론 개발이 시급하다"는 게 핵심입니다.

현 정부 이후 더더욱 대화 대신 강경 투쟁으로 기울고 있는 금속노조가 냈다는 보고서로서 다소 의외입니다. 얼핏 보면 경총(한국경영자총협회) 주장과도 흡사합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파업을 일삼던 금속노조가 달라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습니다. 보고서에서 사회적 대화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독일 금속노조를 모범 사례로 제시하고 "산별노조로서 정부나 기업에 기득권 보호를 요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학습을 통한 산업정책과 실행 계획을 가져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는 현 자동차 산업 위기의 핵심 원인인 금속노조가 이런 보고서를 낸 게 의아하다는 반응도 적잖습니다. 한 자동차 전문 연구원은 "강성 노조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며 "태도 변화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한 자동차 업체 관계자는 "금속노조는 절대로 바뀔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자신들의 강성 노선으로 지금의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악화를 만든 금속노조가 아무런 반성 없이 마치 다른 원인으로 인해 자동차 산업 위기가 도래한 양 보고서를 낸 것은 어이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지금도 금속노조는 광주형 일자리를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반대하며 사회적 대타협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도 불참하고 있습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은 전대미문의 격변기에 놓여 있습니다. 2016~2017년 사상 최대 수준 실적을 기록한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지난해 11월 전 세계에서 8%를 감원하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정도입니다. 이 와중에 우리처럼 첨예하게 노사 갈등을 벌이는 곳은 찾기 어렵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금속노조가 진단한 자동차 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자신들의 '태도 변화'라는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