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 설문…67% "올해 성장률 2.5% 이하"

경제학자 세 명 중 두 명은 지금 한국경제를 가리키는 시계가 둔화에서 침체로 가는 시간대에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2.5%를 밑돌 것이란 의견이 70%에 육박했다. 우리경제의 동력이 떨어져 정부와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선비즈가 지난 14~15일 서울 성균관대에서 열린 한국경제학회에 참석한 경제학 교수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한국경제의 상황을 하루 24시간에 빗대어 볼 때 '저녁 6시~자정(둔화→침체)'에 해당한다는 응답이 66%(33명)로 집계됐다. 정부는 경기둔화 혹은 부진 등 부정적 표현을 금기시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이미 둔화를 넘어 침체 수준으로까지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어 '정오~저녁 6시(확장→둔화)'를 지목한 응답자가 22%(11명)였다. 앞서 ‘둔화→침체’와 합하면 응답자 90%가 현재 상황을 경기 하강국면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소수였다. '새벽 5시~정오(회복→확장)'의 응답률은 8%(4명), '자정~새벽6시(침체→회복)'는 4%(2명)였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하강국면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는 것처럼 보이는 데 시장의 의견은 경기 하강으로 모아진다. 우리 경제 상황이 잠재성장률 수준보다도 낮은 국면으로 진입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경제학자 셋 중 둘은 올해 우리나라가 정부나 한은이 내세운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해당 질문에 응답한 경제학자(46명)의 67.4%(31명)는 올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연 2.5% 이하로 전망했다. 정부의 전망치는 2.6~2.7%, 한국은행은 2.6%이다.

가장 높은 응답률을 기록한 건 2.0~2.25%였다. 총 32.6%(15명)가 2% 초반대의 성장률에 손을 든 것이다. 이어 2.25~2.5%가 26.1%(12명)였다. 우리나라 성장률은 2012년 2.3%를 기록한 이후 줄곧 2.5% 이상을 유지해왔다.

올해 1%대의 초저성장세를 전망한 응답률도 8.7%(4명)였다. 3%이상 성장률(2명, 4.3%)을 전망한 응답의 두 배다. 만약 올해 우리나라가 1%대의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이는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0.7%) 이후 최저수준이 된다.

최석원 SK증권(001510)리서치센터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질 걸로 보는 답변이 대부분인데 1%대 성장을 전망한 사람이 있다는 점이 놀랍다"며 "전체 설문조사 결과를 고려했을 때 소득주도 성장, 분배론적 정책 등이 단기적인 성장 모멘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확신하는 듯하다"고 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대다수 경제학자들이 우리 경제가 악화되는 방향으로 진단했는데 이는 통상적인 시장전문가들의 견해와 부합한다"며 "경제성장률이 2% 중반을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같은 견해가 대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