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새 제도 도입되면 지금보다 약 3배 더 필요

보험사들이 보험 계리사를 확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보험계리사는 보험사에서 회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다. 보험상품 개발과 보험료 산출, 보험금 지급에 대비한 책임준비금 산정, 보험 설계 핵심지표 분석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보험업계에서는 2022년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돼 재무제표가 바뀌면 이를 토대로 보험금 지급여력을 새로 산정하고 상품을 출시해야 하기 때문에, 기존 계리사 인력으론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각 보험사 소속 계리사 수

18일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으로 보험회사에 필요한 계리사 수가 3000명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보험사에 재직하는 계리사 인력(976명)보다 3배 많은 인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 부채 평가가 원가 기준에서 시가 기준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계리사가 부족하면 자칫 보험사 건전성 문제가 커질 수 있다.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고 했다.

그런데 계리사 공급이 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보험계리사 시험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실시된 계리사 시험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1차 시험 응시자는 평균 1662명이었다. 이 중 최종 자격증을 딴 사람은 평균 130명으로 합격률이 7.8% 수준에 불과했다. 2014년부터 2017년의 계리사 시험 평균 합격률은 6.0% 수준이었다.

합격자 수도 적다. 시험이 개편된 2014년엔 문제가 어려워져 아예 합격자가 없었고, 2015년엔 25명, 2016년엔 48명, 2017년엔 62명 수준이었다. 지난해엔 124명이 자격증을 취득했다. 1차 시험 합격자는 2차 과목을 5년간 볼 수 있다.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해마다 합격자 수가 늘고 있지만 필요인력을 채우기엔 아직 부족하다"고 했다.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계리사 자격증만 있으면 조건을 우대해서 확충하려고 하는데 워낙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적다보니 몸값만 오르고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이에 한화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사내 직원들이 계리사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작년 계리사 합격자 124명 중 11명이 한화생명에서 나왔다. 한화생명은 "보험계리사 대비반을 넉달간 운영했고, 시험 한달 전부터는 실무에서 제외하는 대신 합숙하며 시험 준비를 하도록 했다"고 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다른 생보사들도 인사 평점 가산 등의 당근을 주며 자격증 취득을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금융당국도 보험계리사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계리사 시험 기준을 완화해줬다. 1차 시험을 면제받을 수 있는 경력인정기관을 확대하고, 영어시험 대체 영어 공인점수의 합격점수를 낮춰줬다. 계리사 시험은 1차에 보험계약법, 보험수학, 경제학원론, 회계원리를 보고, 2차엔 보험수리학, 계리리스크관리, 재무관리 및 금융공학 등 5개 과목을 본다. 일정 점수(2차 시험은 전 과목 60점 이상)를 넘어야 합격할 수 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올해 완화된 시험 기준에 따라 합격자 수가 얼마나 나올지 보험사들이 주목하고 있다. 합격자 수가 기대만큼 많이 나온다면 보험사들의 인력 채우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했다.